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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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 을유문화사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마법의 비행』은 동물의 비행 원리를 진화 과정과 과학적 증거를 통해 설명한다. 날개가 있는 조류와 곤충에서부터 날개가 있다가 없어진 동물들, 날개가 없지만 날고자 하는 모든 비행체를 다룬다. 그리고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삽화가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위트있게 책의 이해를 돕는다.

나에게 날개 달린 것들 중에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철새였다. 어떻게 지구 반대편까지 매년 정확히 날아와 머물다 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왜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인지. 저자는 나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과 증명을 제시하며 설명해준다. 심지어 새들은 작년에 만들어 두었던 둥지까지 정확히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지리적 이정표를 이용하거나 별자리를 이용하거나,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거나, 태양의 호를 이용하거나 하는 등의 그들만의 지도가 존재한다. 통신수단이 존재하지 않았을 시절에 비둘기로 편지를 주고 받았던 일이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새들의 지도 설명을 듣고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부분이었다.

개미의 조상은 날개 달린 말벌이었다. 현대 개미는 진화 과정에서 날개를 잃었다. 일개미의 부모, 즉 어미와 아비 개미들은 날개가 있었다. 모든 일개미는 여왕의 유전자들을 온전히 다 지니고 있는 불임 암컷이며, 다르게 키워졌다면, 즉 여왕을 키우는 방식으로 키워졌다면 날개가 돋았을 것이다. (.p.62)


나는 작년 봄쯤에 집 앞 화단에서 여왕개미로 보이는 큰 개미 한 마리가 스스로 날개를 떼는 광경을 목격했다. 얘는 대체 왜 이러는걸까? 하며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나중에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니 신혼비행을 마친 여왕개미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날개를 떼어내고 땅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을 곳을 찾으러 간다는 것이었다. 개미가 일개미와 여왕개미로 나뉘어지는 과정에서 일개미는 날개를 만들지 않고, 여왕개미는 날개를 만드는 것. 그리고 필요 없어진 날개는 떼어버린다는 것. 이런 자연의 현상들이 굉장히 신비로웠다.

식물의 날개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스스로는 날개라고 부를 만한 것을 가지지 못했지만, 식물은 동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멀리 멀리 날아간다. 벌과 나비가 데리고 가는 꽃가루, 바람이 날려주는 그리고 가끔은 사람들이 재미로 후후 불어 날리기도 하는 민들레 홀씨. 어릴 때 단풍 잎에서 똑 떼어 하늘 위로 던지면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던 단풍나무 씨앗.

사람은 식물, 동물, 심지어 바람에서도 힌트를 얻어 끊임없이 날고자 한다. 사람은 어째서 날개도 없으면서 그토록 날고 싶어 했을까?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우위에 있고 싶은 욕망 중 하나였을까? 고도 측면에서 보나, 이동의 편리성에서 보나 난다는 것은 무언가를 점령하기에 최고의 위치를 선사한다. 비행은 이렇게나 유리한 것인데 어째서 우리는 날개가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 것일까? 인간들의 비행에 대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날개가 있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정말 언젠가의 먼 훗날에는 사람의 어깨에 날개가 돋아나는 일이 가능할까?

분명한 건, 우리의 상상력에 돋은 날개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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