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세트 - 전5권
원오극근 지음, 석지현 옮김 / 민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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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이 경전은 가장 뛰어난 공안에 대한 책이자, 심오한 선(禪)의 정수가 담겼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번에 네 권으로 충실하게 나뉘어 나왔는데, 따로 속어 낱말 사전까지 합하면 총 다섯 권이 된다.   

<벽암록>의 '벽암(碧巖)'이란 말은 당나라 시대 (지금은 노천온천으로 유명한) 영천원의 선사 협산선회(峽山善會)에게서 나온 말이라 한다. 이러한 벽암록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겼었다. 이 책의 해설서에 나와 있듯이, 원오의 제자 대혜종고가 수행자들이 벽암록의 언어에만 메달리자 벽암록을 소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190년 후 원나라 거사 장명원에 의해 벽암록이 다시 복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에 여러 이본들도 생겨나고, 문헌학적으로도 좀  까다로운 책이 되버렸다. 어쨌든, 다행히 우리가 지금 다시 벽암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우리하 흔히 선(禪佛敎)이 문자를 부정한다고만 알고 있다(불립문자). 그러나 불립문자의 선이 아닌 '문자선(文字禪)'도 있다고 한다. 벽암록이 바로 이 언어, 문자를 끝까지 밀고 올라 가 최후의 경계에서 그 아찔함을 경험케 하는 새로운 차원의 경지를 담은 강도 높은 문자선일지도 모른다. 즉 무조건 언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정면 돌파해서 그 최후에 일격을 가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벽암록>이 제대로 완역되어 나온 것은 처음이라 한다. 장장 10년에 걸친 역자(석지현)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특히 책을 보면서 어려운 한자들을 우리말로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역자의 정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자가 어려운 사람은 (한자로 된) 원문을 일단 비켜가서, 우리말 번역과 해설만으로 어느 정도 음미할 수 있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책의 순서는 간단하게 보자면, 원문->번역->해설->이본대조 순서로 되어 있다. 벽암록의 구조는 7중으로 되어 있는데, 1.수시 2.본칙 3.본칙착어 4.본칙평창 5.송 6.송의 착어 7.송의 평창이고, 이는 크게 보아 또한 세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역자가 권하는 벽암록을 읽는 방법은 처음엔 착어(본칙의 착어, 송의 착어)를 빼고 읽고, 그 다음 다시 착어를 포함해서 수시부터 송의 평창까지 7개의 순서로 읽는 것이다. 벽암록 각 권은 다음의 게칙을 포함한다.

<벽암록 1> 제1칙 무제가 달마에게 묻는다 -> 제20칙 용아의 조사서래의

<벽암록 2> 제21칙 지문의 연화, 하엽 -> 제45칙 조주의 만법귀일

<벽암록 3> 제46칙 경청의 낙숫물소리 -> 제75칙 오구가 승에게 묻다

<벽암록 4> 제76칙 단하, 승에게 묻다 -> 제100칙 파릉의 취모검 


이렇게 100개의 선(禪)의 언어로 이루어진 고비들을 넘는 긴 여정을 마친다면, 세상이 전과는 달리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눈과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100개의 고원이 '벽암록'에 두루 퍼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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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연구 민족사 학술총서 58
서영애 지음 / 민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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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신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연구'의 저자(서영애)는 머리말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학계, 특히 불교나 유학, 도교와 같은 동양학에 만연한 문헌학이나 고증에 치우친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현대적인 학문의 방법론이 그것이다. 문헌학적인 방법은 과거의 사상이나 역사를 다룰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나, 너무 거기에만 치중하면 좀더 창의적인 학문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실의 문제와 멀리 떨어진 상아탑에서만 맴도는 폐쇄된 담론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학계에서 문헌학적인 엄격한 방법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유럽이나 일본의 연구 결과를 모범 삼아 따라가기 바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지금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학문의 다양한 질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학문 방식에 대해서 꺼려하기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우리답게 소화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잠깐 옆길로 샜는데, 이 책의 머리말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이 보인다. 각 학문의 경직된 벽, 즉 경계에 너무 안주하지 않고, 어떤 비슷한 것들은 하나의 진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서로 연결짓는 방식과 같은 것인데, 이를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Consilience)'이라 했다. 이는 그의 대표적인 책 제목이기도 한데, 여러 학문들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성찰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문학, 철학, 역사학이 통섭되어 있는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다. 즉 필요에 따라서 부분적인 접근으로 분석하고, 그것들을 다시 전체적인 시각에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선, 즉 한국선(韓國禪)의 원형을 밝히려는 것이다. 원효의 선관론(禪觀論)과 선사상을 통해서 중국으로부터 선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우리의 독자적인 선(선불교)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드러내려 함이다. 따라서 '금강삼매경론'에서 그러한 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원효에 대한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연구논문 형식으로 된 약 900페이지에 가까운 엄청난 양을 가졌다. 나도 아직 전부를 다 보지는 못한 입장인데, 다행히 목차가 세부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우선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책 뒤의 찾아보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양과 많은 내용들이 채워져 있지만, 저자의 목표는 한국선의 줄기를 밝히는 것이기에, 읽는 사람도 그것을 염두한다면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결론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같은 자료에 그의 선사상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전) 신라 초기의 선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리나라 고대불교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책이 두껍고 여러 내용들이 나오지만, 서술방식이 그리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여지껏 원효에 관한 연구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원효대사의 탁월함에 비해서 우리가 이끌어 낸 것이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젊은 학자들이 새롭게 원효학을 연구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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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토착신앙과 불교의 융합사상사 연구 민족사 학술총서 59
김재경 지음 / 민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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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불교가 우리 곳곳에 있기 때문에,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통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자면, 분명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즉 외래종교로서 불교는 이른 어느 시점에 밖에서부터 유입이된 것이고, 기존에 있던 토착종교와 충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것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불교가 막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학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기존에도 이와 같은 연구가 있었고, 특히 고대에서 보자면 신라와 관련된 자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서, 이쪽(신라)의 토착신앙과 불교와의 관계가 종종 다루어졌던 것이다.

'신라 토착신앙과 불교의 융합사상사 연구'도 바로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박사학위 논문 '신라신불융합사연구(新羅神佛融合史硏究)'를 토대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나온 책이다. 특히 이 책은 과거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선배 학자들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좀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엄밀한 학문 방법론을 통해서 접근을 하려고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너무 지나친 민족주의 색채 때문에, 근거 없는 과장이 있거나,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다고 비과학적인 부분이라고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종합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용어를 보면, 토착신앙에 대한 정확한 말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일단 '토착고신앙(土着固信仰)'이라 부르고, 신라에 국한하여 언급할 때에는 그냥 '토착신앙'이라고만 한다. 그리고 불교와의 융합된 부분에 대해서는 '신불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부분이다. 제1장은 토작고신앙에 대해서, 제2장은 불교를 중심으로, 제3장은 불교의 대세적인 면과 토착고신앙을 다루고 이들의 융합을 좀더 윤곽이 드러나도록 살피고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우리 고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물론이고, 중국역사서에서 우리나라를 다룬 부분도 찾아서 참고하고 있다. 그외 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활용해서 연구논문으로 성실하고 엄밀함을 갖추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전문연구서이기는 하나, 한자가 많은 것(한글음을 달지 않았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이 분야에 대한 좋은 연구서가 나와서,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한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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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와 만공의 선사상
태진스님 지음 / 민족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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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정책으로 불교가 큰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서산대사 휴정이 나와 조선불교 선학의 기운에 다시 한번 불씨를 피웠다. 이러한 선풍도 시간이 흘러 잦아들고, 조선후기로 넘어가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큰 전쟁의 변을 당한지라, 민중들이 염불이나 주술(주력) 같은 타력신앙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엄격하고 힘 있는 선학의 풍토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경허선사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조선 선불교에 큰 자극이 되었다. 즉 서산대사로부터 내려오는 흐름을 잇는 선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특히 간화선에 의한 '견성대오'가 강조된다. 

우리가 흔히 경허선사에 대해 들어왔던 바로는, 매우 자유분방하고 시를 잘 짓기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그와 아울러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기발한 일화들도 얼핏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허선사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경허선사는 투철한 선에 대한 의식이 있었고, 자력적인 견성대오의 간화선(활구참선)을 주장하면서도 민중들에게 팽배해 있던 정토신앙의 모습들도 받아들이는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들이 향하는 방향은 바로 중생교화라는 실천행에 모아진다고도 볼 수 있다. 

경허선사의 이러한 맥박은 다행히 제자에게로 이어진다. 바로 만공선사가 그분이다. 덕숭산문의 확립자라고도 칭해지는데,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시기에도 꿋꿋하게 조선불교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만공선사는 특히 선수행에 집중해서 활구참선을 중요시 했다고 한다. 경허선사와 마찬가지로 견성대오와 실천적인 중생구제에 큰 뜻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우리는 여교수 학력위조와 불교계와 얽힌 뉴스들을 본다. 젊은 학승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팔리어나 산스끄리뜨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노고와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렇게 불교와 얽힌 잡음들이 종종 보게 된다. 바로 잘못된 욕망이 불러 일으킨 문제일 것이다. 그것을 바로 잡는 건, 불교의 기본 자세, 그리고 자기보다 남을 위하는 자비의 태도를 갖는 일일 것이다.그렇게 절 안에는 수행의 풍토가 흐르고, 절 밖으로 중생구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 우리나라 불교도 다시 맑고 단단하게 만인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이 역시도 경허선사와 만공선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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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속어 낱말 사전
원오극근 지음, 석지현 옮김 / 민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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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대차이'란 말이 있다. 같은 집에 사는 가족도 같은 언어를 공유하면서도 나이 든 어른과 나이 적은 사람이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즉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서서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언어로 쓰여진 몇 백년 전의 글이라면 사정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벽암록'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당나라에서 송나라에 걸쳐 만들어진 책인데, 거기에 쓰인 한문이 어떤 시대에나 통용되는 그런 종류의 말이 아닌 것들이 많다고 한다. 즉 그 시기에 사람들의 입과 입에서 살아 움직이던 말, 속어(俗語)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 해석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의 시각에서 곧이곧대로 우리말뜻으로 옮긴다면, 벽암록에 실린 선어 특유의 생생한 맛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를 알기에, 이번에 벽암록을 완역한 역자(석지현 스님)가 따로 이렇게 '벽암록 속어 낱말 사전'까지 같이 내 놓았다. 벽암록을 완독하면서 애매하거나 모르는 부분은 이 책으로 바로 찾아 볼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속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용어들도 있어 두루 두루 요긴한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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