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서평단 활동을 통하여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 서평

매력적인 여성들이 등장하는 여섯 개의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다. 여성은 히어로일 때도 있고, 히로인일 때도 있다. 소설집은 비교적 소프트한 SF와 비교적 하드한 SF가 혼재되어 있는 형태다. <슈뢰딩거의 소녀>와 <펜로즈의 처녀>가 후자의 케이스다.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았던 것도 이 두 개의 작품이다.

표제작 선택이 좋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유는 작품 자체가 좋아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작가의 의견이 잘 반영된 것 같다는 점이 좋아서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실제로 작가님께서도 <슈뢰딩거의 소녀>가 소설집의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일본의 원작 표지에서는 <슈뢰딩거의 소녀>의 등장인물인 '아이'로 추정되는 여자 인물 한 명만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표지에서는 '아이'와 '구레나이(동일작 등장인물)'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이'와 '구레나이'의 연대를 인상깊게 읽은 독자로서, 좋은 해석이 가미된 표지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각 소설에 대한 짧은 코멘트다.

***

<예순다섯 데스> _ 주인공 무라사키는 국가 인구 조절 사업으로 인하여 예순 다섯에 죽어야만 하는 이들이 마음 편히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을 가진 예순 넷의 여성이다. 매력적인 중년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무라사키와 '사쿠라(무라사키의 양녀)' 사이의 우정과 사랑이 좋았다.

<이세계수학> _ 수학 시험을 망친 여고생이 "수학이 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외치자, 수학이 보급화되지 않은 이세계로 소환되는 이야기다. 키치하다면 키치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하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꽁치는 쓴가, 짠가> _ 미래 시대의 초등학교 5학년 주인공이, 기후 변화로 오래 전에 사라진 '꽁치'구이의 맛을 복원해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근미래에는 저렇게 사라지는 '맛'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인 만큼 참 귀여운 소설.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_ 국가적으로 비만인을 통제하는 세계관이다. 비만인들 5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데스 게임 공영 방송을 하는데, 그에 대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잘 맞지 않았다.

<슈뢰딩거의 소녀> _ '매 분기점들마다 세계선은 무수히 갈라진다'라는 개념이 기본 베이스가 된다. (멀티버스라고 본다면 멀티벌스이지만, 소설에서는 멀티버스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다양한 세계의 '구레나이'와 '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어떤 세계의 '구레나이'는 '살아있길 잘했다'라고 말하는데, 어떤 세계의 '구레나이'는 모진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이 모습이 병렬되어 서술된다는 점에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펜로즈의 처녀> _ 자신이 살고있는 섬을 위해 희생하는 여자가 있는 '지구의 이야기'와, 우주 문명을 유지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 희생하는 여자가 있는 '우주 끝의 이야기'.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는 소설이다. 가장 마음에 든 소설.

***

나이가 어린, 정말 '소녀'인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소설집이다. 아주 개인적인 첨언으로, 청소년 소설이나 영어덜트 소설로 프레이밍해서 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의 디스토피아를 살아내려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 문장 수집

"나는 널 버리지 않아. 절대로 안 버려. 마지막 날까지 너와 함께 있을게." (p. 38)

"널 잊지 않을게. 우주가 종말을 맞는 그날까지." (p. 4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