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2009.7.8 - 통권 26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풋풋한 사람 냄새가 나는 에세이집이 좋았다.

꾸밈도 없고, 격식도 없는 삶의 이야기가 가득히 담겨져 있는 글들!

그러기에 고등학교 때부터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 솔직하고 순수함을 좋아했던 나이기에 격식이 있는 것을 싫어했다.

고3 때에는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도 뒷전으로 미루고 김동길의 “하늘을 우러러”, “링컨의 일생”등, 지금은 기억에서 조차 멀어져 버린 책들의 흔적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고등학교 몇 학년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나름대로 생각나는 것을 시 형식으로 적어서, 국어 선생님께 가지고 갔다. 그랬더니, 산문식으로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그 때 당시 공책의 약 한쪽 면을 할애해서 글을 적었다. 읽어보신 선생님이 시보다는 산문이 더 훨씬 낫다고,


나 자신도, 정형화되고, 압축하는 시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조금은 느긋하고, 나열화된 수필, 에세이가 훨씬 정겹게 느껴졌다.

그리고 대학과, 직장 생활, 또 전공을 위한 학업, 그러다보니 자연히 에세이와는 멀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통권 26호의 에세이스트를 대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에세이들이 담겨져 있었다.

때로는 짧은 내옹의 글들이, 또 때로는 여러면을 할애하는 내용들이 26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역시, 기분이 좋다.’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담겨져 있고, 풋풋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것, 특별히 과거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때로는 어렸을 적의 이야기가, 또 어떤 것은 바로 얼마 전의 사건들이 별 부담 없이 꾸미지 않고 쓰는 이의 취향에 따라 나의 옆자리에 와 있는 것들,

어떤 글은 읽을 때에, 글을 쓰는 이의 아픔이 전달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삶의 진솔함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가 밝아지는!!!

그러한 애틋함이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누가 어디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것이며, 이러한 글을 발견할 것인가?

에세이스트를 통하여 좋은 글을 대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좋았다.

통권 26권에 있는 여러편의 글들이 모두 좋았지만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


“그것도 수련과목이야”라는 글에서는 전혀 격이 맞지 않는 분위기에서 나타나는 풋풋한 인생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수련의라는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인간미를 경험할 수 있는 그 모습, 어떤 한정된 곳에서 생활하고, 격리된 모습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한참 뒤의 이야기지만, 글이라는 문을 통하여 빼곡히 엿보는 즐거움도 맛본다.


“전동차 풍속도”에서는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일상의 냄새가 화끈하게 묻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내가 사는 곳도 지하철이 있지만, 서울의 지하철과 같은 그러한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에 시끄럽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전동차 안의 소란과, 복잡함을 통하여 인생이 살아 있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것이 전혀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속죄”를 통하여서는 고생하는 어머니가 안쓰러우면서, 그 분의 직업이 못마땅하여 항상 마음 한 구석에서 가까이 하지 못한 아쉬움, 하지만 그 어머님이 이미 떠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통하여 어머니의 소중함과, 그 때의 함께 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 그로 인하여 속죄하는 작가의 마음,


그것이 어찌 글쓴이의 마음뿐일까? 효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효자가 된다는 것, 아무리 잘해 드린다고 할지라도, 돌아가시고 나면, 항상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기에 어쩌면, 비록 연세가 많고,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할지라도,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것 자체가 행복이요, 잘해드리던, 잔소리를 하던,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 자체가 효도다. 라고 하는 것,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 에세이스트의 여러 글들을 통하여 나름의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벌써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는 9,10월에는 어떠한 글이 실릴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정형화되고, 실수가 없는 프로의 모습보다는 때로는 5% 부족하고, 무언가 설정이 조금은 맞지 않는 아마추어의 어설픔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날, 좋은 글을 대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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