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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여자 -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극동아시아 싫존주의자의 술땀눈물
성영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은 직장생활 11년차의 노하우를 담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퇴사 실패 11년차의 실패담을 담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독자가 회사 생각했을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을 엿보도록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평범할 수 있는, 직장 생활을 하며 마주했던 수많은 생각과 형성된 가치관을 단숨에 읽히게끔 글로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오늘만 사는 여자’다.
저자 성영주는 <코스모폴리탄>, <여성중앙>, <주부생활> 등 굵직한 잡지사에서 활동한 기자이다. 한 달에 한 번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인터뷰 재료를 찾아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닌다. 역설적으로, 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술없이는 못사는 애주가이기도 하다. 11년간 숱하게 많은 사람을 만났고, 작성한 기사를 A4용지로 쌓으면 바닥에서 천장이 닿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더 규칙적으로, 더 많이 마주한 것은 술이었다. 회사 업무 도중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만나 낮술을 즐기다, 주체하지 못해 하루를 온전히 술과 함께하고 퇴근시간이 다되서야 만취 상태로 회사에 들어간 에피소드는 저자가 얼마나 술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전 9시 회사에 출근할 때부터 오후 12시 잠이 들 때까지, 각 시간대별로 저자가 겪었던 에피소드 중심으로 글이 진행된다. 직장인으로서 저자가 겪었던 고민과 그에 따른 나름의 해결 과정과 생각을 읽다 보면, 잔뼈가 굵은 10년차 직장인도 업무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전문가이지만, 사회초년생 때 했던 고민은 연차가 쌓여도 똑같이 하게 되는구나,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만 산다’는 강렬한 타이틀만 보면 저자가 올곧이 나만 생각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인가 상상해보게 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오고,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2, 30대를 돌아보고 축약해 책까지 낸 저자가 멋있다고 느껴졌다. 몇 년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새로운 글로 만나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