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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08/pimg_7768512662756897.jpg)
미디어창비
마음 곁에 두는 마음
옆에 선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주는 마음을 통해
뜻밖의 위로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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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에 마음을 대본다
이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 곁에 마음을 대보면 따뜻한 마음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것이고,
넓은 마음이 작은 마음을 감싸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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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생활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올 한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정보육하는 시간도 길어져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니
쉴틈이 없는 나의 일과에 지쳐 뾰족뾰족해진지 오래다.
그래서 "아홉살 마음 사전"으로 유명한 박성우 시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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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에서부터 위로받으며 책읽기를 시작했다.
빈틈이 없었다면 내 그대에게 채워줄 것이 없었을 것이므로.
그래...완벽할 필요없어...
조금은 내려놓고 살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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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일상을 함께하며 편안하게 쭉쭉 읽어나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경비대장"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십여년동안 아파트에서 함께한 경비아저씨의 마지막 인사.
그동안 택배도 받아주시고, 가을이면 낙엽을 쓸어주시고,
겨울이면 눈을 쓸어주시던 경비아저씨를 위해
작가는 영양제 한통을 사서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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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번 안아드렸다.
그 품은 아버지처럼 따뜻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작가의 집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어보니 경비대장 어르신이였다.
어르신의 손에는 쿠키 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는 이야기.
이 글을 읽으며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 중 한분도 내가 아이랑 걸어가면
늘 반갑게 아이에게 어디가니? 잘다녀와~ 아이고 예쁘다~ 친할아버지처럼 인사건내주시고,
택배라도 찾으러가는 날이면 몇 동에 사는지 기억하시고는
입구까지 가져다놓을테니 아이랑 천천히 걸어오라고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보이셔서 많이 섭섭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아는 못드려도 마지막을 알았더라면 나도 영양제 한통이라도 사드릴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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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안아봐도 돼요?
감동적인 글에서는 같이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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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무렵, 인도가 없는 길을 걸어가던 할머니를 차에 태우고 모셔다 드렸던 작가.
아들이 모셔다드리겠다고 했지만 아들 번거롭게 할까봐
아들에게는 이미 집에 도착했다는 거짓말을 하시고는
먼 길을 걸어가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아들은 작가가 길이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시골집에 살면서
불편을 겪던 시절에 그 불편을 나서서 해결해 주었던 면사무소 직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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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마움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도, 내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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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도 있었다.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작가. 마흔셋에 첫 주례를 서던 날.
남편은 땅이고 아내는 하늘입니다.
하늘은 대부분 맑고 또한 땅이 말랐다 싶으면 단비를 내려주기도 하지만
안되겠다 싶으면 날벼락을 치기도 합니다.
천하제일의 바보는 하늘한테는 지고 아내한테는 이기는 사람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08/pimg_7768512662756904.jpg)
남편은 아내한테는 지고
세상한테는 이기는 사람입니다!
신랑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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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소!!!!!!!
모든 아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박수를 치고 있지 않을까?ㅋㅋㅋㅋㅋ
혼자 킥킥 거리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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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재미, 작가의 글에 함께 공감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며 읽게되는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한번 펼치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으로 집중하고 싶은 책이었는데
4살 딸아이 가정보육중이라 책 한권 읽는 것조차 쉽지않은 현실이네요ㅠ
그래도 이 책 읽으며 뾰족뾰족 예민하게 솟아있던 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