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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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비

마음 곁에 두는 마음

옆에 선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주는 마음을 통해

뜻밖의 위로를 배우다

.

마음 곁에 마음을 대본다

이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 곁에 마음을 대보면 따뜻한 마음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것이고,

넓은 마음이 작은 마음을 감싸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

평범한 일상생활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올 한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정보육하는 시간도 길어져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니

쉴틈이 없는 나의 일과에 지쳐 뾰족뾰족해진지 오래다.

그래서 "아홉살 마음 사전"으로 유명한 박성우 시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다.

여는글에서부터 위로받으며 책읽기를 시작했다.

빈틈이 없었다면 내 그대에게 채워줄 것이 없었을 것이므로.

그래...완벽할 필요없어...

조금은 내려놓고 살자! 생각했다.

시인의 일상을 함께하며 편안하게 쭉쭉 읽어나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경비대장"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십여년동안 아파트에서 함께한 경비아저씨의 마지막 인사.

그동안 택배도 받아주시고, 가을이면 낙엽을 쓸어주시고,

겨울이면 눈을 쓸어주시던 경비아저씨를 위해

작가는 영양제 한통을 사서 건낸다.

그리고 한번 안아드렸다.

그 품은 아버지처럼 따뜻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작가의 집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어보니 경비대장 어르신이였다.

어르신의 손에는 쿠키 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는 이야기.

이 글을 읽으며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 중 한분도 내가 아이랑 걸어가면

늘 반갑게 아이에게 어디가니? 잘다녀와~ 아이고 예쁘다~ 친할아버지처럼 인사건내주시고,

택배라도 찾으러가는 날이면 몇 동에 사는지 기억하시고는

입구까지 가져다놓을테니 아이랑 천천히 걸어오라고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보이셔서 많이 섭섭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아는 못드려도 마지막을 알았더라면 나도 영양제 한통이라도 사드릴껄....

.

한번 안아봐도 돼요?

감동적인 글에서는 같이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해질무렵, 인도가 없는 길을 걸어가던 할머니를 차에 태우고 모셔다 드렸던 작가.

아들이 모셔다드리겠다고 했지만 아들 번거롭게 할까봐

아들에게는 이미 집에 도착했다는 거짓말을 하시고는

먼 길을 걸어가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아들은 작가가 길이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시골집에 살면서

불편을 겪던 시절에 그 불편을 나서서 해결해 주었던 면사무소 직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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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마움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도, 내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재미있는 글도 있었다.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작가. 마흔셋에 첫 주례를 서던 날.

남편은 땅이고 아내는 하늘입니다.

하늘은 대부분 맑고 또한 땅이 말랐다 싶으면 단비를 내려주기도 하지만

안되겠다 싶으면 날벼락을 치기도 합니다.

천하제일의 바보는 하늘한테는 지고 아내한테는 이기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아내한테는 지고

세상한테는 이기는 사람입니다!

신랑 알겠습니까??????

.

옳소!!!!!!!

모든 아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박수를 치고 있지 않을까?ㅋㅋㅋㅋㅋ

혼자 킥킥 거리면 읽었다.

.

.

감동과 재미, 작가의 글에 함께 공감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며 읽게되는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한번 펼치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으로 집중하고 싶은 책이었는데

4살 딸아이 가정보육중이라 책 한권 읽는 것조차 쉽지않은 현실이네요ㅠ

그래도 이 책 읽으며 뾰족뾰족 예민하게 솟아있던 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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