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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엄마'
여러분은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저는 저와 오빠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버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감사함과 죄송함을 느끼면서도, 종종 제 자존감을 갉아먹는 말씀을 하실 때면 원망도 듭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모성이란 뭘까요? 모성애도 부성애도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만약 모든 인류에게 그러한 것이 자연스럽게 생겼다면,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슬프고도 용서받지 못할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한 마디로 딱 정리하기 힘든 게 부모와 자식, 특히나 모녀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어머니와 아들은 성별이 다르니 아들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아도 '남자아이여서 그런가'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딸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같은 여자로서 이해가 안 간다'라는 생각에 더 제재를 가하려 할 겁니다.(그럼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네요)
'학교 끝나면 집에 일찍 와라'
[통금 시간이 있는 여자 친구는 본 적이 있지만, 통금 시간이 있는 남사친은 본 적이 없네요]
'너는 남자 보는 눈도 없니?' 또는 '그런 남자는 만나지 마라'
[학생 때 남자를 많이 만나보지 못 해서 남자 보는 눈이 없는데요, 어머니??]
*저자 미나토 가나에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 저자는 효고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결혼 후 무언가 형태가 남는 일에 도전하고자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의 문을 두드렸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 저서로는 <고백><백설 공주 살인사건> 등이 있습니다.
2013년에 나온 <모성>은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파격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2022년 일본 배우 토다 에리카와 나가노 메이 주연으로 영화화가 될 만큼 화제를 모은 작품이에요.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의 처절한 이야기
10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 <모성>
소설 화자(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모성에 관하여 - 선생님
*어머니의 고백 - 어머니가 (종교)신부님께
*딸의 독백 - 말 그대로 딸의 독백
어머니의 어머니(딸의 할머니)도 나오기 때문에 서평에선 구분을 해야 겠네요. '어머니의 고백'의 화자는 앞으로 어머니(루미코)라고 적을게요. 루미코가 그녀의 이름이거든요.
영화 포스터인데요. 왼쪽이 엄마(루미코) 역할을 맡은 '토다 에리카', 오른쪽은 딸 역할의 '나가노 메이'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엄마는 딸을 안아주고 있는데, 오른쪽의 엄마 손은 딸의 목에 손이 가 있죠. 소설도 딸의 독백과 어머니의 고백에서 각각 엄마(루미코)의 언행과 딸의 언행이 다르게 비춰집니다. 이게 읽는 사람도 모녀를 바라보는 다른 등장인물들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그건 아니야! 오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
'너도 참 힘들었겠다' (엄마와 딸 모두)
문득 저와 엄마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희 가족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 자기 엄마(딸의 외할머니)의 분신이었던 '엄마'
어머니(루미코)의 고백에서 자주 나오는 부분이 자신의 엄마(딸의 외할머니)와의 추억입니다.
'나와 엄마는 안 이랬는데, 너(딸)는 왜 그래?' 라는 루미코의 속마음이 자주 등장하죠. '나는 너에게 참 섭섭하다. 나는 너에게 이렇게 해 줬는데 너는 나에게 거리만 두고 있잖니'라고 혼자서 착각하기도 하면서, 딸의 진심은 모르고, 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습니다.
루미코는 자기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았던 여성입니다. 자기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자신의 욕구까지도 억눌렀던 '착한' 딸이었죠. 심지어 결혼할 남성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이유로 선택을 합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일부 겹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요) 그렇다고 루미코의 엄마가 이 모든 문제의 빌런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던 몇 안 되는 존재입니다.
** 딸의 이름은?
처음에는 '어머니의 고백'에도, '모성에 관하여' 파트에도 어머니와 딸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어요. 특히나 '어머니의 고백'에서 딸의 이름을 부를 법도 한데,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혹시나 서술 트릭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누군가의 딸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어머니의 고백'에 나온 자신의 어머니(딸의 할머니)가 누구냐는 이상한 질문에 봉착하게 되더라고요.
참고로 딸의 이름은 마지막에 나옵니다.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결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느꼈던 것인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하는 처절한 질문이었어요.
루미코 부부네 집에 오셔서, 사위가 집을 비울 때에는 손녀딸과 함께 밤을 보내시던 '루미코의 어머니'. 작지만 꿈 같이 행복했던 집에 어느 날 큰 화재가 발생합니다. 집에는 루미코, 루미코의 엄마, 루미코의 딸, 이렇게 세 여성만 있습니다. 루미코는 딸과 자신의 어머니 중 한 명만을 구할 수 있었죠. '자식은 또 낳아도 되지만 엄마는 이 세상에 단 한 명 뿐' 처음에는 저도 루미코와 같은 생각이었어요. 제가 이 내용을 저희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했구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딸도 이 세상에 1명 뿐이더라고요. 그리고 딸이나 아들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여 낳은 존재.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집을 잃은 루미코와 딸은 남편 타도코로의 시부모네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두 모녀는 참 여러 모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타도코로의 조카 때문에 유산을 하게 되고, 시어머니는 루미코와 자신의 친딸을 차별하고, 루미코에게 접근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고요. 루미코의 딸도 할머니께 구박받고, 엄마(루미코)에게도 외면당하고, 회피형 아빠는 신뢰가 가질 않고.
모성이란 본능일까요?
저도 저자와 똑같은 질문을 여러분께 던지며,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여 읽은 책을 잠시동안 떠나보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겠죠? 아이를 낳은 후 읽게 된다면 또 어떤 느낌이 들지, 두근두근 기대 반 궁금증 반입니다.
* 서평단 도서로 제공받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