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 - 고단한 교사들을 위한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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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현수 원장은 따뜻하고 똑똑하다. 지혜로운 사람같다. 처음 참통 연수에서 강의를 들었을 때 가슴은 뜨끈해지고 머리는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힘드시죠? 당신들은 이러저러하게 힘들거예요. 그건 이러저러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 그래요."

 

들으면서 아, 내가 그래서 그 때 그렇게 괴로웠구나, 힘들고, 아프고, 외롭고, 우울하고, 허전하고, 짜증나고 그랬었지. 그게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알았을 때, 반 이상은 앎으로 인해 치유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위안도 받고 격려도 받고 그러면서 스르륵 녹았던 경험이다.

저 분은 교사도 아니면서 어떻게 교사보다 교사맘을 더 잘 알지? 나 이거 참...뒷통수 벅벅 긁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 책을 통해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조근조근하는 '별'학교 교장으로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잘 녹여내어 선생님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있다.

사회의 시선도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선생님들 자신이 자신에게 호통치고 닦아 세우고 구박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시선을 균형있게 취하게 하면서 불필요한 짐들은 벗겨준다. 하루하루 분투하는 우리를 알아봐준다.

 

협력자로서의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배움의 본령으로서의 학교가,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졌음을 그래서 우리가 그 속에서 이리도 상처받고 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노력이 강박이 되어 어느 순간에도 스스로 만족하거나, 자신을 인정하거나, 평온하다고 느낄 수 없다면 노력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절감된다. 얼마나 많은 주변 동료들이 강박적인 노력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고 동료를 칭찬하지 않고 채찍질만 해대고 있는지...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교사들의 모임에서 특히 이런 현상들을 많이 본다. 잘난 척도 좀 하고, 자뻑도 좀 하고, 남 탓도 좀 하면서 '뻔뻔하게' 자기를 챙기는 모습을 난 보고 싶다. 희생과 절제, 노력, 사명, 겸손, 반성 이런 것들로 하루하루를 빡빡하게 사는 모습이 이제는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고 답답하다.

 

이 책은 상처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치유로 가는 여정을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교사가 힘들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교사로서 과잉전략도 과소전략도 아닌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교사 집단의 스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동료끼리 이해,공감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교사 혼자 있지 않을 것.

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특히 교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언이라고 정리하신 내용은 외우고 새기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내 책임이 아니라고도 생각하지 말 것.

내가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내가 가르쳐야 할  모든 것을 준비할 것.

교사라는 직업을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 하지만 세상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

모든 것이 교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하지만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할 것.

내가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준비할 것."

 

힘들 때 머리 기대고 조금은 울어도 좋을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위로가 아니라 힘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위로를 주는 사람을 만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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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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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침묵>중에서 '수줍음의 미학'에 관한 부분을 읽고 확~빨려들어갔다. 가슴이 다 뛰었다. 나는 공감도가 높거나 새로운 깨우침의 글을 만날 때마다 흥분으로 눈빛이 반짝이곤 하는데 작가의 경험담이 친밀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내용이 없더라도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는 통찰력에 감탄을 거듭했다. 생생하고 팔딱이는 살아있는 언어로 이 기쁨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데 나의 문장력이 미치지 못함을 통탄할 뿐.

언제부턴가 생명력을 잃고 신음하는 '수줍음의 미학'을 살려내고 숨은 보석의 진가를 발견해 내는 작가의 심미안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남들이 잊었던 것, 보지 못하는 것, 그러나 가치있는 것을 볼 줄 알고 살려내어 언어로 빚어내는 것이 진정 인문학을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나는 수줍음이야말로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문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줍음이 돌연 사랑에서 제거되어버렸다. 사랑뿐 아니라 삶의 모든 국면에서조차 수줍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수줍음이 사라진 자리를 메운 것은 대담함이 지나쳐 외설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솔직함이라는 이름의 뻔뻔스러운 노골성과 당당함이다. 사랑은 감출만 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져버렸다. 직접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필요 이상으로 '자연스러움'을 내세운 나머지 포르노와 가까운 어떤 것이 되고 말았다.' <릴케의 침묵>, 김운하 지은 따끈따끈한 신간 중에서 마음에 콕 꽂히는 내용들을 옮겨본다.

 

'수줍음은 욕망을 감추는 것이다. 감춤을 통해 욕망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유혹에 덧붙여지는 마법적인 힘이다'

 

'수줍음은 욕망보다는 유혹에 더 친화적이다..... 유혹이 유혹인 것은 욕망의 실현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그렇듯 욕망을 지연시키고, 감추고, 빙빙 돌면서 방황하게 만듦으로써 영혼의 샘에서 솟구쳐 오르는 한 대상을 향한 욕망의 샘물이 결코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수줍음은 은근하면서도 내밀한 것이다...... 은근함과 지연, 감춤은 수줍음의 본질이다. 그리하여 욕망은 더 부풀어 오르고, 지연이 초래하는 기다림과 고뇌로 인해 매혹은 더욱 커진다.'

 

 

수줍음이 오해를 많이 받는 세상이다. 말하는 데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소극적이고 못난 모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수줍음에서 나오는 어색한 표정과 몸짓, 말투는 자연스러움의 매끈함에 비교되어 덜 떨어진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것이 위선과 가면, 자기 기만이나 비겁함, 행동하지 않는 사변적인 태도와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나조차도 수줍음에서 머뭇거리는 것과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것을 구분치 않고 나를 다그쳐왔다.  지금이라도 반갑고 기쁘다.

종이 한 장에도 항상 양면이 있듯이 모든 것에는 긍부가 함께 있다. 그 둘을 보아내고 사람의 마음결을 살펴 양면을 잘 조화시켜 쓰면 수줍음이 오해를 벗고 밝은 데로 가볍게 나설 것이다.

그렇다고 당당한 솔직함에서 오는 유쾌함과 시원함, 감추지 않고 밝히는 용기 같은 것들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수줍음이 우리에게서 미덕이 아닌 것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는 현실을 돌아보고 싶을 뿐.

 

수줍음은 은근하고 내밀한 것이라 하는데 이 단어들은 정서적으로 내게 착 안기는 단어다. 좋아한다. 노골적인 것보단 은근한 것이 좋고, 갑자기 훅 들어오는 깜짝 이벤트 같은 것들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듯 다가오는 게 좋다. 이것은 은근하고 뭉근하게 데워지고 식어도 천천히 식는 온돌의 문화처럼 한국인의 정서가 아닐까. 그랬던 우리가 요즘엔 광램의 속도에 빛나는 신속, 조급, 재촉, 재깍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서 은근하고 내밀한 것에 이르기까지의 느린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문학의 매혹은 이 수줍음에 빚지고 있다. 문학이 매혹적인 것은 그것이 발하는 언어들이 수줍음의 표지 아래에 머물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학이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 사회가 더 이상 수줍음을 인내할 여유나 느긋함을 상실해버린 탓이다'

 

이 문학의 매혹을 매혹으로 느끼지 않고 성질내고 감질내고 조바심내는 자들과는 기꺼이 불화하리라. 문학의 언어는 그래서 서양식 사고가 아니라 동양식 사고다. 논리라기보다는 통찰의 언어다. 애매모호하고 이질적인 것을 하나에 품는 모순과 역설의 언어다. 여성의 언어다. 그래서 즉각적이거나 명쾌한 답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 문학 세계가 사실 우리 삶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면 문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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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캠프힐
김진희 지음 / 다른목소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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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권해주면 딱 좋을까?  

내가 읽은 책은 1차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일단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남은 건 누구에게 권해주면 이 책이 주는 울림을 크게 느끼고 가슴에 담고 감동을 느끼며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일단 단어를 고르고 배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김진희라는 글쓴이가 그런 문체를 가졌는지 이 발리베이라는 캠프힐의 이야기를 쓰려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암튼 24살짜리에 대한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사유의 방향과 글솜씨는 맘에 든다. 맘에 드니 하룻만에 푹 빠져서 다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스물 네 살짜리는 아마 사람을 대할 때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만나는 사람인 것 같다. 함부로 세상이 쓰는 단어를 갖다가 붙이지 않고 이런 저런 평가를 하면서 말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자기 감상에 빠져서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유형은 아닌 듯 싶다. 하루에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곳에 다녀온 듯한데도 최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 감정에 따른 감정단어의 나열보다는 거기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을 '돕고' 왔다기 보다는 '만나고' 온 것임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이름없는 모나한의 캠프힐 운동의 하나로 지어진 발리베이에서 겉은 멀쩡해도 두려움과 조마조마한 맘으로 하루 죙일 졸졸 따라다녀야 하는 여러 사람들을 돌보다 온 사람만이 늘어놓을 수 있는 영웅담같은 것을 펼치지 않고 있다. 단지 거기서 앨런과 폴과 오웬을 만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는지 헤어지기 직전까지의 다큐같은 느낌이다. 간단하게 이야~ 이랬겠구나, 저랬겠구나 할 수 없게 하는 이야기.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부정감정과 긍정감정을 다아 맛볼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하기보단 다큐같은 심심하고 지루하고 별 게 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곳. 정말 봉사자와 주민 사이의 경계를 느끼지 않고 함께 살다 오게 되는 곳. 사람이 다양하다는 게 그 깊이나 종류가 얼마나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절감하게 하는 곳.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곳. 찰라의 감동과 기쁨으로 기나긴 지루함과 고통을 겪을 힘을 주는 곳. 내 판단이나 의지나 의도가 사실 별 소용이 없는 곳. 뭘 해도 되는 곳. 어떤 사람이 거길 갔는냐에 따라 들고 나오는 것이 천차만별일 것 같은 ...

 

그렇다면 이 책은 누가 읽더라도 각기 다른 자기만의 것을 하나씩은 쥐게 될 것 같다. 어떤 책도 다 그러하겠지만. 싱겁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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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쪽을 지워버린 사람들 - 역사와 함께 떠나는 스페인 여행기
이기성 글.사진 / 에세이퍼블리싱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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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스페인 여행기, 끌리는 도입부. 깊이 있게 스페인 곳곳을 음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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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쪽을 지워버린 사람들 - 역사와 함께 떠나는 스페인 여행기
이기성 글.사진 / 에세이퍼블리싱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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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행 동호회 사이트를 보면 여행기가 넘쳐나는데 

요새 인터넷 글쓰기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사진이 아주 근사하고 글은 적은 잡지식 여행기가 그 중에 많다. 읽어보면 눈요기는 되지만 내용은 정말 볼품없다. 깊이도 없고 감정도 울림이 없고 그냥 '나 여기랑 저기랑 조오기랑 갔다왔어요. 멋지죠?" 뭐 이정도 수준이랄까. 

역시 인터넷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마음에 남고 보존하고 싶은 글을 담은 멋진 기행문은 책으로 만나야 한다는 걸 다시 절감했다. 

'역사와 함께 떠나는 스페인 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 자신의 반쪽을 지워버린 사람들"이란 책은 여행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광광지 위주의 볼거리 중심이 아니라 그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좀 알고 가서 유물들을 제대로 느껴가며 여행하고 싶다는 나의 목표를 잘 도와주는 길잡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지적 세련됨과 깊이감. 시적이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뛰어난 문장력과 호기심을 끄는 각 장의 도입부가 그 매력이랄 수 있다.  

흔히 유럽을 늙었다고 표현하지만 그 연륜있는 도시의 비밀과 사연과 아픔과 찬란함을 담고 있는 당시의 역사를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현재 스페인 곳곳에서 끌어내어 의미있게 음미하게 하고 그 속에서 살아갔던 과거 사람들을 불러내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눈길을 주는 곳을 같이 바라보고 작가가 사색에 잠기는 부분에서 함께 사색하다보면 스페인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인터넷에 수도 없이 화려한 사진과 함께 올라온 생생한 여행 후기들과는 격이 다른 품격높은 역사 기행문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갑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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