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엘리자베스 조트를 화학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1960년대의 사람들과 요즘 사람들의 생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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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자이다. 유명 화학자의 아내도 유명 TV 요리 프로그램의 요리사도 아닌 화학자라는 정체성은 주인공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엘리자베스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삶을 굴곡지게 만든 그 시대의 부당한 대우와 편견은, 그 이야기를 따라 읽는 지금 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보였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엘리자베스의 강인한 신념과 굴복하지 않는 의지를 통해 수많은 절망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희열은 일종의 판타지였으며, 그 과정에서 예상되었지만 기꺼히 감수하는 고통은 현실이었다. 독자로서 나 자신은 악역을 맏은 등장인물을 욕했지만, 나도 모르게 가지는 누군가에 대한 편견이 있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되돌아 보게되었다.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반복적이고 직설적으로 언급되지만, 시작부터 이미 흥미롭고 무겁지 않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유머러스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또한, 작가가 이끌어내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판타지스러우면서도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유는, 현실적인 상황 묘사 및 등장인물의 생동감있는 생각 묘사가 있을 법 했기 때문인 듯 했다.  이야기도 흥미롭고 작가의 유머 감각도 잘 맞아서, 첫날 앉은 자리에서 1권을 다음날 2권을 완독했다. 책을 읽으면서 엘리자베스를 점점 더 크게 응원하게 되는데, 일상에서 만나면 좋을 것만 같은 현실적 영웅인 엘리자베스를 통해서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