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정규 노동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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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선 작가 글을 읽으면 조근조근하고 차분하고 단단한 느낌이 든다. 눈치없고 둔하고 차갑고, 그러면서 성급하고 버럭버럭 잘하는 나랑은 정반대 유형 같은데 이상하게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읽으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곤 한다.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알게 되어 혼자 속초 여행을 갔는데 방에 틀어박혀 새벽부터 밤까지 TV만 보다 잠들었고, 걱정된 주인이 쾅쾅 문을 두드려 깨웠다는 얘기에서는 빵 터짐.. 

읽는 내내 나의 알바 시절이 새록새록, 그러면서 콧날이 시큰해지곤 했다. 돈이 필요해서 한 궂은 일들이었지만 학교생활보다 알바 생활이 훨씬 즐겁고 맘이 편했고 사람들도 좋았다. 가장 아끼는 친구도 알바하면서 만났고... 무엇보다도 그때는 젊었지.. 

내가 쓴 글을 읽다가 우는 나란 사람은 누구냐...

혼자 무슨 생각인가를 하다 보면 갑자기 눈물이 난다. 슬픈 생각도 아닌데 그렇다. 나이 탓이려니 하다가도 난 원래 눈물이 많았으니 그냥 이게 나려니..... 하고 만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눈물이 나면 당황스럽다. 냅킨으로 땀을 닦듯 슬쩍 두드리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노트북만 바라본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 또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옆에서 토닥여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잘 우는 편이다. (말해 뭐해?) 웃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한 지점에 꽂혀서 금세 눈물을 글썽인다. 말을 멈추게 되고 분위기도 어두워지고 눈물을 닦을 화장지도 찾아야 되고 아니면 화장실 가서 해결하거나. 그게 이제는 아주 성가시고 귀찮다. 울지만 않으면 재밌게 잘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이놈의 눈물이 다 망쳐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젠 그럴 기미만 보여도 얼른 시선을 거두거나 딴청을 피운다. 오줌이 마려울 때 화장실에 가서 혼자 볼일을 보듯이 눈물도 그렇게 혼자 해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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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품위와 삶의 의미
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최유나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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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책 <개들의 숨겨진 삶>을 쓴 작가이자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어느덧 아흔이라고. 그냥 뇌에서 나오는 대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 같은데 배꼽 잡고 웃기도 하고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다. 이분 담배에 진심이네.

동물과 자연과 함께 충만한 삶을 살았고, 자식들과도 가까이 잘 지내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있고, 풍족한 연금과 재산이 있고, 노쇠하긴 했지만 아직 운전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책을 쓸 만큼 건강한 이분의 노년은 자신이 살아야 할 생을 열심히 잘 산 결과겠지.


분명 <내가 살아야 할 생을 잘 살아서 기쁘다>였는데 어느새 새 제목을 달고 개정판이 나와 있네??

흡연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흡연자의 3분의 2가 담배로 죽는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3분의 1은 안 그렇다는 뜻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만족할 만큼 건강하다. 이제까지 31968일을 살았고, 심장은 3658176000번이나 잘 뛰고 있으며, 지난 4년 동안 292000개의 담배를 피웠어도 멀쩡하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난 그 행운의 3분의 1에 속하는구나.‘

게다가 그 실버타운에서 반려동물을 받아준다는 말에 하마터면 나는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할 뻔했다. 하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다. 실내는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서도 금연이었다. 어떤 곳은 실버타운 단지 내에서 담배를 전혀 피울 수 없는 곳도 있었다. 그 말은 차가운 겨울밤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 거의 500미터를 걸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번은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보조제를 먹은 적이 있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시켜 줄지 모르는 아주 비싼 약이었다. 부작용은 기껏해야 몽유병, 심각한 피부 발진,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불안증세, 좌절감, 짜증, 분노, 자살 충동을 동반하는 우울증 정도였다. 자살 충동이야 자살 성공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힘이 쭉 빠졌다. 나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남동생을 마지막으로, 내 직계가족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났다. 물론 여전히 나에게는 나의 가족들이 남아 있다. 가족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또 그들이 너무 그리웠지만, 그래도 내 삶은 어제와 다름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죽음이 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최소한 내 경우는 돌아가신 분이 나에게 그냥 중요한 게 아니라, 매순간마다 그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지극히 친밀한 관계여야 할 것 같다.

서양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종종 식인 풍습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로 간주한다. 이것은 다른 문화에서 식인 풍습이 가지는 목적, 즉 죽은 자를 돕고 죽은 자의 영혼을 보호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다.

기독교 역시 화장을 금했다. 기독교는 우리가 죽은 뒤 천국으로 올라가거나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특별한 사후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지옥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뚱이 대신 뼛가루가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악마는 어떻게 생각할까? 악마가 우리를 고문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담함은 아주 좋은 덕목이다. 그리고 소심함은 문제를 피할 수 있으니 또한 좋은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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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공원 대산세계문학총서 104
천잉전 지음, 주재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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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질곡과 풍파를 고스란히 겪으며 근현대 타이완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타이완 현대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도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다. 특히 ‘남한‘의 모습과. 우리 모두의 앞날에 그 어떤 전쟁도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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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12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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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비아냥 따위에 아랑곳않는 바보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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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니아오 호수 이야기 대산세계문학총서 101
왕정치 지음, 박정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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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중국문학의 수묵담채화 풍속화 같은 정취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따니아오 호수 이야기> <계를 받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미소가, <세한삼우>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이.... 열심히 땀흘리고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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