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사서로 직업을 정한 터라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살다가 어이없게 문헌정보학과를 못 가는 바람에 대학과 사회에서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다. 사서가 되었더라도 역시 1년을 못 버티고 때려쳤을 것임을...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나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도, 잘되는 사람을 향한 부러움도 사라졌다.


아무튼 내 인생에서 도서관은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한다. 돌아보니 내가 가장 헤매던 그 시절에 다행히 도서관이 곁에 있었다. 그때 처음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좀 먼 거리였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바구니 가득 책을 싣고 오곤 했다. 지금 나는 거의 아무 곳에도 가지 않는 집순이지만 도서관만큼은 여전히 뻔질나게 드나들며 수많은 책을 빌려오고, 재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과 동아리 모임도 하고 있다. 아주 가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도 한다.

혼자만의 자리를 좋아하고 책은 꼭 누워서 읽어야 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지는 않아도, 도서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다른 도서관 책을 신청할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는 얼마나 편리한지! 우리 동네에는 상호대차가 되는 도서관이 10곳 이상이라 웬만한 책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고 가족카드로 원하는 만큼 충분히 빌릴 수 있다. 희망도서 서비스도 부지런히 이용한다. 집 안에 언제나 열 권이 넘는 대출도서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리브로피아앱 덕분에 책 관리도 편리해졌고 카드 찾아 헤매는 일도 없어졌다. 


세 권 모두 나 같은 도서관 덕후, 특히 상호대차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며 사서가 되고 싶었던 도서관 덕후라면 끌리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인데... 상호대차나 사서 실무를 다룬 책은 절대 아니며, '강민선'이라는 사람의 단단하고도 매혹적인 글이다. 이 책들을 읽으며 도서관에서 빌려올 책이 또 잔뜩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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