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다스러운 소년 시절 책상 위 교양 4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은미경 옮김, 호테하마 다카시 그림 / 서해문집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그 시절의 새콤달콤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표현이 꼭  들어맞는 책.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생생하고 냉철(?)하게 그려낸 글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 더없이 유쾌하고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소년의 개성이 빛을 발하고, 그에 꼭 어울리는 판화 그림이 곁들여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몇 번이나 뒤집어졌다.
나의 어린 시절은.. 수다스럽고 뇌가 유연한, 섬세하면서도 외부에서 주는 압력에는 둔감하고 어딘지 노홍철스럽기도 한 소년 신자와와는 완전 딴판인... '퉁명스러운 소녀 시절'이었달까? 하지만 이상하게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내 기억 속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어린 시절의 속상하고 부끄럽고 즐겁고 황당했던 마음들을 생생하게 되살려주는.

 

소년시절 이야기답게 여러 선생님들이 등장하는데, 선생님의 인품과 교육방식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읽은 책의 제목들을 A4용지에 주욱 적어 보았다. 대단해, 이게 올 여름 나의 성과다.
그러나 숙제 감상문은 한 권만 읽고 쓰면 되는데, 문제는 딱히 감상문을 쓰고 싶은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저 그렇고, 이건 재미없고."
이런 식으로 각각의 책마다 촌평을 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 쓸 거리는 전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맨 처음 읽었던 책으로 가볍고 내용은 별로 없는 감상문을 쓱쓱 써서 제출했다. 그러나 왠지 불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도 마음에 쏙 드는 걸 찾을 수 없다니 정말 애석했다.

-‘독후감은 너무 싫어!‘ 중에서

초등학교 5,6학년 때 아주 친한 세 친구가 있었다. 아키짱, 엔짱, 고짱, 그리고 나, 이 넷은 ‘4인조‘라고 불릴 정도로 항상 함께 놀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네 명이 노는 것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튀어나온 적이 있었다. 잠긴 방문 앞에서 내가 "문 열어 줘." 하면 "안 돼!" "문 열어 달라니까." "안 돼!" 하는 대화가 계속 반복되는 비참한 내용이었다. 그렇구나! 나는 어쩌면 애들한테 왕따를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테이프를 듣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당시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지만.

-‘돗짱과 피망 사이‘ 중에서

어린아이 적에는, 나라는 사람의 속은 이렇게 어른인데 그릇은 왜 이렇게 작은 어린아이일까 하고, 그 ‘틈‘을 속상해했다. 그게 어느 사이엔가, 나라는 인간의 속은 이렇게 어린아이인데 그릇은 왜 이렇게 어른일까 라는 틈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틈‘이야말로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다. 그런 내가 있었기에 어른이 된 지금, 어린 시절의 수다 소년으로 그 시절의 새콤달콤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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