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평점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처음에는 그저 예쁜 보라색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몰뛰작당> 챕터를 읽고 책을 덮었을때 거리에 조그맣게 달리는 사람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정말 표지 사진이 몰뛰작당 모임의 장소인 망원한강부지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여운을 주는 표지인 것은 확실했다. 몇 가지 에피소드로 이렇게 위로와 웃음을 동시에 자아낼 수 있다는게 놀라웠고 특히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읽는 내내 몇 번을 놀랐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연약한 시절'이 있다는 구절과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제목이 참 좋았다. 킥킥 웃으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는 에세이였다.
- "그냥,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말을 단순히 돌려주었다기보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마음이 되고 말았다. 이 평범한 청년이 여행을 잘 다녀오면 좋겠다고. 그러면 왠지 그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뿐 아니라 그와 닮은 평범한 청년들이 모두 잘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나도, 우리도, 모두 잘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107p)
-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썩 괜찮은 것 같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자신도 잘 모르는 아슬아슬한 육아를 해 온 사람들, 아슬아슬한 노동을 해 온 사람들,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버텨 온 연약한 사람들은 예고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디스토피아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다. (210p)
- 타인을 움직이는 일은 거대한 한 세계를 움직이는 일이다. 그들의 삶을 들어 올린 동력 중 하나가 나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가 어느새 내 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은 감격스럽다. 그게 단순한 선언이라고 해도 그렇다. (22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