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역사 세트 - 전2권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이 두 책의 미덕은 분석의 깊이와 치밀함에 있다.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지적인 가려움을 거의 전부 긁어준다. 단순히 ‘대중서’로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왔고, 더구나 사회적으로 ‘북한의 역사’라는 것이 인정될 수 없는 분위기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대중들이 북한역사에 대한 개설서를 접하기는 어려웠었다. 그러나 이 책들이 나옴으로써 한동안은 이러한 불만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이 책들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저자가 김성보와 이종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다. 두 저자는 각각의 전공 분야가 다르지만(역사학, 정치학) 북한 연구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또한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 학문적 깊이 역시 가장 뛰어난 것 같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인 실천력 역시 뛰어나다. 특히 이종석의 경우 전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언제나 치밀한 분석을 제시하였고, ‘가짜 김일성’說에 대해 가장 유력한 반론을 제기한 사람으로서 유명하다. 이러한 두 사람이 집필을 맡았으니, 최소한 fact 부분에서는 거의 오류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이들의 학문적 깊이는 북한을 “총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서술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fact에서 거의 오류가 없는 북한의 역사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서로서 이만한 충분요건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책들의 장점은 비단 그 분석 방법이나 사실의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그 자체가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보는 북한 역사가 가질 수 있었던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천착하는데, 역으로 이야기하면 이것은 북한 체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빠르게 경직화됨으로써 그들이 향할 수 있었던 해방 직후의 경로가 막혀버렸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이종석은 현재 북한 사회의 위기가 그 지배층이 자랑해 마지않던 유일체제 등이 북한 주민의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을 억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자는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상당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두 책 모두 북한을 엄연한 ‘일국’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에게 이 문제는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반공 이데올로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대중들에게 이 부분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김성보는 북한 체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서 ‘북한이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을 제시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양자의 관계가 어느 한 쪽이 우위에 있었을 때 초래된 부작용을 지적한다. 이것은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대등한’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의 직접적인 표현일 것이다. 이것은 이종석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 지도부의 ‘주관주의’로 대변될 수 있는 체제구상이 북한을 침체와 비효율이 가득한 나라로 만들었음을 치밀하게 논증한다. 결국 이 두 책은 오늘 날 남북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남, 북한 각각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기본 토대로 바라보면서 국가 대 국가의 대등한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성상의 장점으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간간히 첨부되어 있는 “스페셜 테마”이다. 사실 개설서의 가장 큰 약점은 역사의 다양한 흐름에 대해 보여주지 못하거나 당시의 세세한 내외적 사정에 대해 알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 코너는 이러한 약점을 정말 잘 극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을 읽다가도 다음 “스페셜 테마”의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종석의 책에 있는 「남한의 정치 변동과 유일체제 형성의 상관성」이나 「북한의 근로단체가 하는 일」, 김성보의 책 중에는 「경제 건설을 위해 남은 일본인 기술자들」이나 「동독 건축가 레셀의 눈으로 본 북한」, 「평률리 민주선전실장의 농촌생활」 등이 가장 재미있었다.

  어쨌든 대충이나마 다 읽고 나서 그다지 아쉬움이 남지 않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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