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맨 처음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을 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종의 “지도자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지도자”는 분명 현대의 우리들이 고민해야 하는 주제 중에 하나이기는 할 테지만, 내가 하기는 싫었다. 나는 엘리트에서 나오는 지도자에 희망을 가지기 보다는, 언젠가 신채호가 이야기했던 “깨닫는 민중”이 사회를 형성해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왕”이 되기 위해 했다는 경연이 마음 깊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 책의 목적의식은 지도자를 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롤로그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 방점을 찍고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과거 사회에서 중화를 이루어가는 주체는 왕이나 군자였지만, 이제는 민주시민이다. 민주시민은 저마다 자신이 서 있는 지점에서 주체적인 존재이다. 시민이 저마다 자신의 처지에서 중화를 이루어간다면, 이이가 말한 것처럼 중화가 나와 내 집안과 내가 속한 사회와 나라에 확산되어 갈 것이다(20쪽). 

   책의 내용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는 않다. 경연과 관련된 많고 다양한 사료를 표출하고, 이 사료에 대해 ‘현재적 관점’을 중심으로 풀이한다. 우선 일반 독자는 몰랐던 조선 시대의 그림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전공자들 역시 분위기를 환기하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즐거울 것이다. 그런데 위 인용문을 보다 깊게 생각하면 이 책이 단순히 왕, 또는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최소한 나에게 이 책은 ‘자아’ 그리고 ‘성찰’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인문학적 마인드를 상당히 중요시한다. 왕과 경연이 소재가 된 것은 아무래도 그의 전공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경연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끊임없이 쌓아가는 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문제의식 속에는 오늘 날 민주주의 사회의 왕은 시민과 등치된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하는’ 존재는 바로 시민이 될 것이다.   

  프리모 레비는 ��주기율��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물을 생각할 수 있는 인간에게 그 무엇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치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서경식,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창비, 60쪽) 개인적으로는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다. 정치에는 항상 맹목적인 신앙이 있다. 누군가 대신 생각하여 말하게 하지 말고, 내가 스스로 말하는 것이 오늘 날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자발적 복종 상태를 면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것들을 위해 “함께 끊임없이 공부하자!!”고 독자들에게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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