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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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흥미를 끌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물리학자가 고향 행성 아나레스를 도망치듯 떠난다. 목적지는 아나레스의 적인 우라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런 측면에서 <어둠의 왼손>보다는 도입부의 호기심 유발은 성공적이었다.

우라스는 그를 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이론을 원했다. 그는 어떻게 '이론'을 만들어낸 것일까? 이 부분이 다시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노벨상 수상자의 일대기를 살펴보면서 훌륭한 연구업적이 가능했던 이유를 찾게 되는 것과 같은 호기심이다. 아나레스는 그의 이론을 원하지 않았다. 이론의 가치를 이해조차 못했다. 왜 아나레스는 그렇게도 훌륭한 이론을 이해조차 할 수 없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두 행성의 역사와 사회체제를 알아야 한다. 현재에 그가 속한 우라스와 과거에 그가 삶을 영위했던 아나레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와 아나키즘, 상호적의와 사회와 상호교류의 사회.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다. 흥미 위주의 모험담 수준은 아니다.

다시 질문을 해 보자. 어느 사회가 보다 이상 적인가? 배고픈 오도니안들의 천국 아나레스인가, 화려한 착취자들의 천국 우라스인가? 질문 속에 이미 답이 있다.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를 생각한다면 어떤 모습을 가진 사회가 보다 건강한가, 어떤 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리학자 쉐백의 이야기는 이러한 추상적인 믿음에 대한 (르귄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고실험'이다. 과연 현실이 추상적인 믿음과 일치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 우라스의 추악함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과연 아나레스에서 그들은 행복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경제적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한 사실을 생각해보면 꽤나 흥미롭다.

두서없이 책에 관련된 생각들을 적어놓고 보니 오히려 머리만 복잡하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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