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과거로 여행가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면 현재는 변화하는가? 궁극적으로 과거의 변화에 의해 역사는 변화될 수 있는가? 시간 여행의 오래된 논쟁이다. 코니 윌리스의 '시간 여행의 왜곡 모델'의 대답은 이렇다. 역사는 어느 정도까지는 자체 교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교정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면 역사는 변화되고 우주의 질서는 붕괴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다. 베리티와 네드의 실수로 죽어야 할 고양이가 살아나고 결혼해야 할 두 남녀가 만나지 못하고 서로 엉뚱한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역사의 자체 교정 능력은 '문제'를 교정할 수 있을까? 게다가 실제적인 시간의 왜곡 현상은 '왜곡 모델'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 '왜곡 모델'에 문제에 있는 것일까? 계속되는 의문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작가는 마지막 장이 되기전까지 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이다. 문제를 던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힌트를 살짝살짝 보여준다. 어디 한 번 맞추어 봐라. 그리고 마지막에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을 보여준다. 그럴싸한 근거와 함께. 답을 맞추지 못한 독자는 스스로의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그럴 수 있겠군. 답을 맞춘 독자는 스스로의 총명함에 우쭐해진다. 아, 나는 역시 똑똑해.

하지만 코니 윌리스는 자신의 작품이 딱딱한 추리소설이 되는 것은 싫었나 보다. 그래서 이어지는 사건들을 코미디로 만들어 버린다. 과장된 인물들의 엉뚱한 행동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용구의 잔치. 그래서 책의 두께는 700페이지를 가볍게 넘겨버린다. 책에 사용된 인용구를 이해할 수 없고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희극의 미학을 이해할 수 없다면 700페이지는 너무나도 지루한 분량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의 반전에 감탄하면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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