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전쟁 1 - 절대반지의 비밀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번 외 옮김 / 예문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부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호비트라는 그다지 흥미가 끌리지 않는 종족이 주인공이라니, 시시한 소설이라 생각되었다. 키도 작고 먹는 것을 밝히는 이런 종족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무슨 대단한 모험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프로도가 호비튼을 떠나 리벤델로 향하는 과정에서의 기묘한 긴박감은 책을 던져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리벤델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와 그들이 앞으로 대항해야 할 암흑 군주 사우론의 존재는 앞으로 재미 있는 사건들이 펼쳐질 것이란 희망을 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한 희망은 결국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무협지와 같은 현란한 액션 묘사는 없지만 소설이 서술하고 있는 반지 원정대의 모험은 특별한 액션이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하게 극적이다. 게다가, 책을 읽어갈수록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던 등장 인물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업적은 중간계라는 가상 세계의 창조다. 작가 톨킨은 그의 거의 전 생애를 다 바쳐 중간계의 역사와 종족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형성된 중간계의 역사 는 너무도 그럴싸해서 3권에 정리된 연대기를 읽고 있노라면 역사책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가 창조해낸 종족들도 그렇다. 요정(elf), 인간(men), 난장이(dwarf), 호비트(hobbit), 오크(orc), 트롤(troll), 엔트(나무의 목자) 등. 그들은 기이하고 특이해 보이지만 모두 두발로 걷는 종족이며 공용어라는 언어를 통해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

오크나 트롤은 암흑의 군주가 만들어낸 사악한 생명체라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들 또한 단순한 괴물이 아닌 생각하고 말할 줄 알며 사회 생활을 하는 종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러 부족이 있고 그들은 항상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주류를 형성하는 종족들 외에도 선한 세계를 위해 활동하는 마법사, 말을 할줄 아는 용,독수리,익룡 등 어드벰쳐 게임에서 보와왔던 대부분의 생명체가 등장한다. 물론, 어드벤쳐 게임조차도,반지전쟁이 그 원조가 되는 환타지 소설에서 동기를 얻어 제작되었을 테니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단순하게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흥미진진한 사건이 전개되는 정도라면 감동까지는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 통신망을 통해 연재되는 창작 환타지들의 대부분이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미도 없는 이상한 용어들을 사용하며 중간계에서 창조된 종족들을 빌려와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런 작품들은 오로지 흥미만을 강조할 뿐 유치하거나 어이없는 부분도 많아서 오락소설 이외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반지전쟁은 그 저변에 심오한 주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환타지 '문학'의 시조라는 사람들의 평가가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반지전쟁의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 일단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전형적인 구도가 전체의 틀을 구성한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랄까. 암흑의 군주 사우론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 물리적 힘이 아닌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라는 사실과 작고 왜소한 종족인 호비트 프로도가 반지 사자가 되어 반지의 노예가 되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마침내 중간계를 악의 힘에서 해방시킨다는 상황 설정은 그러한 그의 의도를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그것이 바로 별 의미없는 흥미 위주의 전투와 기이한 종족들, 황당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말초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여타의 환타지와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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