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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슬픔 하나 ㅣ 파란 이야기 22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찰랑찰랑 슬픔하나(황선미 글, 김정은 그림, 위즈덤하우스)
**이 글에는 찰랑찰랑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권을 읽은 분만 봐주세요>>>
황선미 선생님의 신작을 기념하며 찰랑찰랑 시리즈를 쭉 다시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말할 수 있는 (부끄러운) 나의 비밀. 때는 2022년, 한창 동화책에 맛들여서 신나게 책을 읽기 시작할 때였다. 황선미 선생님의 신작인데 김정은 작가님의 그림이라고? #마당을나온암탉 에 #여름이반짝 이잖아! 참을 수 없지.
첫번째 책 ‘찰랑찰랑 비밀하나’를 기쁘게 보기 시작했는데, 그 비밀의 실체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어린이 책이 이래도 되는가? 삼촌이 아빠여도 되는가? 애들 책인데? 아 솔직히 조금 부끄럽다. 그런데 그땐 그랬다. 봄인이와 친구들이 자신의 비밀을 솔직히 보여주는 순간도 놓치고, 아이들의 마음과 표정은 뒷전이었다. 나는 그저 ‘쟤 삼촌이 사실은 아빠’라는 비밀에 호들갑떠는 지나가는 아줌마였다.
2년이 지났다. 찰랑찰랑 시리즈가 계속 나올거라 왜 예상을 못했을까. ‘찰랑찰랑 사랑하나’가 나왔다. 작가님 사인본 초판 한정판을 판매할 때 홀린 듯 예약주문을 했다. 비밀을 품고도 당당하게 지내는 봄인이는 영모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 영모가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영모를 계속 신경쓴다. (봄인아 그게 사랑이야) 삼촌과 투닥거리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 새롭게 알게 된 남재민과 영모에 대한 애매 모호한 봄인이의 마음이 이야기 속에 찰랑거린다.
그리고 올해 3권이 나왔다. 이번엔 슬픔.
할머니는 갈수록 더 편찮으시고, 영모는 아빠를 피해 학교에 오지 않고, 재민이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게다가 봄인이는 낳아주신 엄마를 알게 되어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 둘 내 곁을 떠나는 것만 같고, 내 주변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상황. 봄인이는 슬프다. 하지만 봄인이는 슬픔에 빠져있지 않고 다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삼촌에게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집에 간다고 당당하게 문자를 보낸다. 친구의 아빠에게 콩나물국을 건네고, 낳아주신 엄마가 멋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용기는 봄인이를 슬픔에 멈춰서지 않게 이끌어준다.
지난 봄에 바질을 키웠었다. 바질 씨앗이 발아가 잘 되도록 거름과 배양토를 섞은 흙으로 씨앗을 둥그렇게 감싸 ’씨드볼‘이라고 판매하는 것이었다. 흙이 꽁꽁 뭉쳐진 흙덩이가 꼭 돌같이 생겨서 전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물에 슬그머니 흙이 녹아내리고, 씨드볼에 새싹이 돋아났다. 한참 지나자 흙덩이는 사라지고 그 위에 튼실한 바질 줄기와 푸른 잎이 무성해졌다.
봄인이의 비밀도 사랑도 슬픔도 단단히 굳어져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해체되고 녹아내리고 스며들어 봄인이로 자라난다. 그 어느 것 하나를 빼고도 봄인이를 설명할 수 없다. 솔직 당당하게 스스로를 지키며 빛나는 봄인이와 봄인이가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내고 싶다. 찰랑아 난 너를 응원해!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 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