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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아침, 기꺼이 인생의 초보자가 되십시요."
TV나 매체에서 요즘 핫한 배철현 교수님.
하버드 출신의 서울대 인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님이시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글을 들으면,
오랜 시간 동안 철학과 종교라는 학문에 깊이 귀의한 사람의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조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아, 이래서 대단한 석학이시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는 말 한 구절, 구절, 글귀 하나 하나가 깊이 있고 뜻이 있다.
매일 아침, 기꺼이 인생의 초보자가 되라는 말처럼,
아침에 읽으면 우리의 삶에 대한 생각을 새로 리셋할 수 있다.
우리는 아마 많은 날들을 아무 생각없이 의미없이,
세상에서 돈을 주고 살수 없는 가장 값진 선물인 '시간'을
신에게서 아무 댓가 없이 공짜로 받은 엄청난 혜택으로 인해
오히려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산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은 바로 시간이다.'
이 말에는 시간의 소중함과 또한 시간의 축척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힘,
그리고 시간이 밝혀주는 진리와 진실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큰 축복인 '시간'을 선물 받았음에도
그 선물을 깨닫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차면서 보다 나은 '미래'만을
꿈꾸며, 정작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허투로 보내버리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생수를 마시고
이 책을 몇장 읽으면...
내 인생의 소중함.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을
다시 한번 인지되며, 새롭고 희망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동기를 확실히 받는다.
아, 그리고 배철현 교수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하시는 듯. ㅎㅎㅎ
'내가 축하해야할 대상은 나와 무관한 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신을 믿는 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배철현 교수님은
'나'에 대한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나 악한 마음을
통제하거나 중도를 잡기 위한 일종의 방패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가상의 완벽한 절대적인 존재인 '신'을 만들어 놓고
그의 보이지 않는 말에 복종하며 스스로를 다듬어 나가는 것.
그것이 종교가 아닐까.
배철현 교수는 자기 성찰의 4단계인 '고독 - 관조 - 자각 - 용기'에 대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단계마다 하나 하나씩 상세하게 그 의미와 방법들을 풀어 나가고 있는데,
전혀 철학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어 책 읽는 시간이 아주 따뜻했다.
러너스 하이.
요가를 좋아하는 내가 요가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는.
다른 운동에 빠진 이들도 그렇겠지만,
정말 정말 힘들고 참을 수 없는 경지까지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고통과 아픔이 희열로 바뀌어버리는 경험.
그 엄청난 극복할 수 없는, 살과 뼈가 불타는 듯한 느낌의 경지를 버티고 버티고 버티면
어느 순간 내가 그 경지를 넘어서고, 또 그 경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요가 수행을 끝내고 시체 자세를 할때..
아 내가 살아서 거칠게 호흡하고, 나의 숨이 내 몸을 돌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그 순간때문에 요가를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들은 극도의 인내를 요구하는 어떠한 행위가 지속되면 뇌에서 특별한 화학 성분이 나온다.
그것이 바로 '엔돌핀'과 세레토닌'이다.
이 호르몬들은 고통의 상황에서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 몸이 스스로 분비하는 기쁨의 호르몬이다.
출산을 할때도 이 호르몬이 나오고,
특히 신생아가 나오는 바로 그 순간!!
마약의 수십배 이상 수치의 엔돌핀과 세레토닌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그 때 만나게 되는 아이와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자신만의 공간, 고독의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고독=외로움
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오산이다.
수많은 천재들은 고독의 시간에서 영감을 얻고, 생각을 해내었다.
'멍 때리기'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가끔 해야할 행위이다.
기원전 3만년전 그려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인 '쇼베 동굴 벽화'는
빛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여덟 개의 다리로 달리기 시작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기원전 3만년 전에!!
빛, 그림자, 밝음과 어둠.
기원전 3만년 전 인류의 조상은 그 동굴 속에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생각의 깊이에 깊이를 더하여 동물들의 발이 비록 4개이지만,
움직임을 느리게 보았을 때, 그 발이 여러개로 보인다는 것을 인지했다.
우리는,
크로마뇽인들이 드나들던 동굴처럼 침묵으로 가득 찬 이런 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인생에는 의미가 없다.
우리 각자에게 의미가 있다.
우리는 그 의미를 살려내야 합니다.
당신이 해답을 가지고 있는 질문을 묻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 조셉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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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아니라 '우리'에게 집중해야 한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닌 우리 자신에게 우리 인생의 답이 있다.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
그것이 바로 나이다.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배철현 교수님은 이야기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강물을 거슬러 헤엄쳐 '갈때까지 가보는 힘겨운 노력'을 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혹 나의 원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길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