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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불평등 -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파인만 경계’라고 부르며, 세계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서 《재난 불평등》에서 자연재해가 드러내는 사회 양극화의 현실을 폭로하는 동시에 학자들이 갖춰야 할 태도를 제시합니다.
대지진,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참혹한 자연재해를 다루는 데다, 재난마저 돈벌이 기회로 이용하는 자본가들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현실이 담겨있다보니- 책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실을 새로 알게 되는 즐거움보다 여지껏 생각해본 적 없었다는 반성과 분노가 컸습니다. 신경쓰지 않으면 재난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정말 주목해야할 것은 재난 이후의 상황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특히 저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의 이면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절망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일면 희망을 보았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몸소 보여주었듯,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한다면- 재난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발생한 재난 앞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방법을 강구하는 지식인이 될 것을 다짐해봅니다.
수집한 문장들 ▼
재난이 자연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는, 재난은 자연적이다. 그 순간은 자연의 탓이다. 그러나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재난은 어떤 면에서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각 집단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다르고, 각 집단이 대응할 방법도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각자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각 집단이 재난을 활용하는 방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부자는 이용하고, 가난한 사람은 못한다. 부자는 재난으로부터 멀리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히거나 덫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미끄러져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