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영국 정치학계의 석학 데이비드 런시먼은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에서 현대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다가올 미래를 다각도로 통찰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 사회가 지금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무너지리라 경고합니다. 민주주의가 이미 뿌리내리고 성숙한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 과거 젊은 시절의 위기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원제는 《How Democracy Ends》. 즉 이 세 가지가 저자가 상상하는 현대 민주주의 붕괴 시나리오입니다. (개인적으로 번역된 제목은 내용을 직접적으로 포괄하고 있어서 좋고, 원제는 더 강렬한 인상을 주어서 좋네요!)

 

첫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쿠데타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형식의 쿠데타입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조금씩 약화시키거나 선거과정을 은밀하게 조작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이 경우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그 사이 주도세력은 정치적 내분을 일으켜 반대 세력이 결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둘째, 기후 변화, 핵전쟁 혹은 네트워크의 붕괴와 같은 대재앙입니다. 전 세계의 금융, 통신, 의료, 교통은 복잡한 구조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재앙이 발생하면 대응할 시간을 벌기도 전에 확산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사회체제가 붕괴되면 민주주의 역시 그 존속을 위협받습니다.

 

셋째, 급격한 기술 발전이 초래한 정보 권력의 독점입니다. 인터넷의 보급이 정보의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요.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결국 이러한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케 해줄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종말에 대한 대안은 있는 걸까요?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21세기식 실용주의적 독재체제, 에피스토크라시(지식인에 의한 정치), 우리를 해방시키는 기술의 출현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미래에 도달하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퍼붓는 공격을 견뎌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재는 다가올 시대의 전조가 보이는 한편 과거의 흔적에 지배당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싫어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지만,

예상 가능한 미지의 선택지와 비교하면 민주주의는 여전히 편안하고 친숙하다.

지금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 안에 사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p.277~278

 

 

 

 

 

 

위에서 보시다시피 결국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대안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 미지의 선택지와 비교하면 민주주의는 여전히 편안하고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국 민주주의를 선택하겠지만,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장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책이었습니다. :)

 

정치학 도서는 자주 접하지 않았어서 책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기우였습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명료해서 잘 읽힙니다. 그리고 저는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를 '중년의 위기'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처음엔 그 비유가 와닿지 않아 '무슨 뜻이지?' 싶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뉘앙스를 이해하게 되었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까지 도움이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독서는 제가 알고 있었던 민주주의의 이론적 한계에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들여다보며 살을 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위기'라는 말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읽으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제 수준이 얕아 책을 비판적으로 읽지는 못했다는 것!

분명 저자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저는 그저 수용하면서 읽었습니다. :( 그래도 꾸준히 읽고 배우고 고민하면 언젠가 일정 수준에 도달해서 나름의 생각을 말할 줄 알게 되겠죠? 그때쯤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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