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 개정판
제윤경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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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은 기간/ 2017년 3월 13일~14일
/주제 분류/ 재테크
/읽은 동기/ 요즘 돈에 대한 급관심


지인이 빚에 허덕이고 있어서 요즘 돈이 무엇이고,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티비에 나오는 이야기들, 사상 초유의 가계 대출과 하우스 푸어, 노령화, 카드빚 등등이 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내 가까이에 있었다. 적지 않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임에도,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이후, 빚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빚이 빚을 만들고 있는 형국. 그리고 버는 만큼 부대적인 것에 지출을 많이 했다. 소비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텐데도 굳어져버린 소비 습관을 바꿀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출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많이 벌어도, 버는 족족 다 써버려서 빨리 상환해서 없앨 수도 있을 것 같은 빚이 제자리걸음이거나 때때로 목돈 들어갈 일이 갑자기 생기면, 빚이 너무나 불어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듯했다. 이게 꼭 내 지인만의 일은 아니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에 나온 세 부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4명의 동창생, 여기서 1명은 시민운동가로 누가 봐도 월급이 변변찮아 보인다. 나머지 3명은, 사업을 하거나, 대기업에 다니거나, 금융회사에 다녀서 겉으로 보기엔 잘 나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서 보니가 다들 쓰는 만큼 쓴다고 고소득 부부일수록, 자녀 교육비, 생활비, 품위유지비, 가족들 경조사비에 그만큼 쓰고 있었고, 인생을 계획 없이, 대책 없이 그때그때 들어오는 돈으로 메우고 살아갈 뿐이었다. 그래서 돈은 많이 버는데, 모두 두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는 친구 부부만이, 미래를 계획하고 그 계획에 맞춰 돈을 모으고, 정말 필요한 것만 소비를 해서, 버는 것에 비해 저축액도 많고, 삶을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삶이, 바로 미래를 계획하고, 소비와 지출을 완전히 장악한 삶, 그리고 자기가 바라는 목표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이뤄 나가는 삶이 건전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온 게 2012년(개정판)인데, 전혀 5년 전 내용 같지 않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후자금, 부동산 관련 대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는데, 지금 2017년 2012년보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진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가가치일랑 하나도 없는 집을 투자가치로 삼으면서, 투기 아닌 투기를 일삼았고, 인구 절벽 위기가 닥친 지금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모든 게 더 심각해졌다. 그래서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절실하게 저자가 주장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 

자산을 파악하고 수입과 지출 등 현금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고, 생애 주기를 생각해서 인생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재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재무 설계란, 말만 거창하지 실상 알고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혹은 뻔히 목돈 들어갈 일이 예견되는 건은 미리미리 저축해서 돈을 모으자는 것이다. 건전하고 성실한 방법인, 바로 '저축'으로. 나도 돈에 관해서 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투자보다 저축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돈은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소비하고, 저축을 했지만 인생의 목표가 없어서 너무 되는 대로 막 살아온 건 아닌가 싶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 계획도 없이 살아왔고.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아직 부모님이 크게 편찮으신 데가 없고, 요즘은 노인으로 쳐주지도 않는 60대이시라 별 걱정이 없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고, 나 역시, 내 앞날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오늘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 이렇게 돈의 노예, 두려움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미래를, 나의 바람을, 생각해야만 한다. 이 책에 나왔던 부부들처럼 나도 내 미래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당장. 


+ 일화나 소설처럼 지은 이야기를, 재테크 이야기와 접목해서 풀어쓰는 것,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지만 독자가 관심 없고, 그래서 피로하게 만드는 내용도 많다. 쓸데 없는 이야기들. 그런 건 가지 치는 듯 잘라내는 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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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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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여성의 삶은 남성의 그늘 같았다. 함께 존재하되 알아봐 주지 않고, 기억해주지도 않는다. 이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반복되어 왔던 역사이다. 인류의 반을, 여자가 차지하는데도, 인류사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대체 몇 줄이나 될까. 특히 사회가 안정화되고, 피라미드식 사회 구조가 형성되어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역사상 가장 사회 구조가 안정화되었던 조선시대야말로, 여성들의 존재는 미미한 수준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가끔 기록에 쓰인 여자들은, 희대의 악녀이거나 이상화된 유교식 현모양처만이 기록될 뿐이다. 이 또한, 당시 성리학이라는 사회 근간이 만들어낸 여성형일 뿐이다. 성리학적 권계(勸誡)의 대상, 권하거나 경계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서술되고 기록에 남았을 뿐이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왕조 500년 동안, 그 반을 차지했던 여성들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 구조, 관습, 관념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비록, 그 숫자는 남자에 비해 너무나 미미하나, 그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 책은 우리 역사상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이 극에 달했던 조선 시대에 살았던 여섯 여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제일 놀랐던 것은 이 책에서 제일 먼저 다루고 있는 어을우동이다. 어을우동은,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생이 아니다. 기생처럼 해 다니기는 했지만, 출신이 완전히 다르다. 어을우동은  양가 댁 이름난 규수로서, 그것도 무려 왕실 종친과 결혼한 사람이다. 기생에 눈이 먼 남편에게 쫓겨난 어을우동, 친정으로 쫓겨나서 눈물로 짧은 시간 보내다가, 범상치 않은 여종의 "인생 뭐 있나요, 즐기며 살아야죠."라는 말에, 양갓집 규수의 얌전한 인생과는 쫑을 맺는다. 그러고 나서, 남편에게 복수하듯이, 왕실 가문의 남자들과 근친상간은 물론, 이름난 양반집 가문의 사람들, 고위 공직자들을 두루 섭렵한다. 수동적인 듯 남자들에게 접근하지만, 이는 미리 다 계산을 하고 남정네들을 유혹했던 것. 이렇게 어을우동은 소박맞은 후 4년 동안 짧지만, 아주 여러 남자들과 강렬하게 살다가 사형당해 죽었다. 왕실 종친과의 관계는 물론 천민과의 관계 때문에 사형을 당하는데, 이에 죽음에 대해 의심적은 사항이 많다고 한다. 어을우동 이전에, 어을우동보다 더 화려한 남성편력을 했던 양갓집 규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사형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과, 어을우동과 관계했던 남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 그리고 조선 시대는 생명을 귀히 여겼기 때문에 사형에 앞서 여러 장치를 해놓았는데, 이 장치를 거의 다 건너뛰고 어을우동을 죽였다는 것. 아마도, 권력의 최 정점에 있는 사람과 관계했거나 알아서는 안되는 중요한 뭔가를 베갯머리송사에서 알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다는데,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단순 기생의 화려한 남성편력 가인 줄 알았던 어우동이, 이런 출신에, 이런 인생을 살았다는 것에 놀랐다. 어쨌거나 스스로 선택한 타락한 인생, 그 결과야 어쨌거나 어을우동은 자기 인생을 살아내었다. 이런 결과가 올 줄 알고 일부러,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을우동 이야기 외에는 크게 반전 이야기는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좀 더 깊이, 그리고 그 여성들이 살던 당시 사회적 배경을 알기 쉽게 앞뒤로 설명해 놓고 있어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그 여성들을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는 것. 

신사임당은, 한국미술사 책을 몇 권 읽으며 많이 익숙한 여성인데, 이 책은 그림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임당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 자식은 어떻게 키웠고, 그 자식들은 어떻게 장성했는지, 그리고 그 시대는 어땠는지 설명하고 있다. 

황진이는 아마도 이 책에서 제일 유명한 조선 시대 여인이 아닐까 싶은데, 황진이의 이야기는 몇몇 책에 몇몇 개의 에피소드로 전해져 올 뿐인데, 이 책의 글쓴이가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담아 그녀의 인생을 서술했던 게 좋았다. 

허난설헌의 인생 이야기는 참으로 안타까웠고 (남편과 사이가 좋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대단한 학문적, 시적 성취를 이뤄내지 않았을까. 물론 힘겨운 시집살이 때문에 주옥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겠지만, 잘 살았다면 더 좋은 성취를 해내었을지도 모른다) 

김개시는 처음 들었는데, 광해군 뒤에서 인사와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궁녀라고 한다. 외모에 가타부타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조선시대인데도 정말 인상적인 못생긴 외모 때문에 외모가 기록에 남아 있단다. 외모야 어떻든 사람은 지적인 면에도 끌리는데 (소위 뇌섹미) 그래서였는지, 아비인 선조와 아들인 광해군 둘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똑똑한 머리로 이익을 취하고, 광해군을 배신하여 말로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다루는 여성은 바로 제주의 김만덕. 제주에 3년 연속 가뭄이 들고, 제주 사람의 20% 정도가 굶주려 죽었을 때 제주의 거상 김만덕은 육지에서 살을 사서 제주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이 이야기가 궐에까지 들어가고, 김만덕은 다른 포상은 필요 없으니, 서울로 가 임금을 알현하고 금강산 유람이 소원이라고 하는데 임금은 이를 다 들어준다. 그냥 양반집 사내도 하기 힘든 소원은, 천대받던 직업인 장사꾼이 그것도 여자가 이뤄낸 것이다. 김만덕에 대해선 미담만 주로 전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반대되는 평가의 이야기도 실려져 있어서,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성가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하고 억척스러운지 아는 사람은 알겠죠) 


시대적 한계는 있었으나 그 한계 속에서도 틈은 있다. 가족처럼 사람을 잘 만나서, 혹은 지혜로워서 등등 노력과 운으로 한계의 틈을 비집고 자기 뜻대로, 원대로 살 수 있었다. 물론 남자들에 비해 한계와 제약은 컸지만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여섯 명의 여성들은, 여성을 넘어서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이라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참으로 고마웠다. 장애를 극복하고 자기 생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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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부엌 - 작은 집에 딱 맞는 독일식 주방 라이프, 타니아의 독일 키친 여행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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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3월 5일~6일
/주제 분류/ 인테리어 (독일, 부엌 여행)
/읽은 동기/ 이왕 읽은 거, 타니아 씨의 책 모조리 다 읽을 테다!!


가도쿠라 타니아.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독일인.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일본, 독일, 영국, 미국, 동남아시아까지. 실로 많은 나라에 체류하며 이사를 다녔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사는 가족과 가족, 지인들의 집에 초대를 자주 받아, 각 나라마다의 인테리어나 라이프 스타일에 눈을 일찍 떴다. (다른 책에서, 학생 때부터 인테리어 책을 즐겨 보았다고 한다) 현재는 도쿄와 어느 시골 지역에 별장을 집을 마련해서 소박하지만 여유롭고 아늑한 타니아만의 집을 꾸려가고 있다. 타니아 씨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독일인, 그리고 본인도 독일에서 자주 체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브랜드화하여 독일 라이프 스타일이나 수납 정리,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책을 몇 권 냈다. 이 책도 그 책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의 목차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첫 번째 챕터엔 독일 음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일본인들도 따라 해보면 괜찮은 레시피나 잼 같은 보존식품 만들기 방법을 실었고, 두 번째 챕터엔  현지 독일인의 집을 직접 찾아가 그 집의 부엌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싣고 있다. (100년 전에 지은 건물의 부엌에서, 2차 대전 후 투박한 동독식 부엌은 물론, 현대식 부엌까지 총망라 ♡) 마지막 챕터에서는 타니아 씨가 소개하고픈 독일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간단하게 언급한다.


이 책 역시, 타니아 씨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독일에 대해 상당히 좋게 소개하고 있다. 너무 좋게만 소개하고 있어서 혹자는 거부감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독일 사림이라고 어디 합리적이고 소박한 습관만 가지고 있을까. 정리 정돈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그렇다는 거지, 모두 100%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 씨가 타니아 씨의 책을 봤다면, 분명 코웃음 쳤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유럽 여행기를 보면 모든 유럽인, 모든 유럽 나라가 우습지 않은 데가 없으니까. 

그래도 이건 일본인 특유의 겸양 혹은 체면 차림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타니아 씨 피의 반은 일본이니까. 

어쨌든 타니아 씨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독일인의 라이프 스타일, 그들의 부엌을 엿보는 재미가 큰 즐거움이었다. 요즘 일본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북유럽식 인테리어가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디자인이 꼭 북유럽 스타일만 깔끔하고 예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문화와 풍습, 기후, 식습관, 관습, 각 집집마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개성 만점의 부엌들이 있다. 우리나라, 일본, 북유럽뿐만 아니라, 요렇게 다른 나라의 부엌도 구경하는 재미가 참 쏠쏠하고, 여기선 이렇게 부엌을 꾸며 사는구나, 놀랍기도 할 것이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부엌의 모습도 있기 때문!) 

독일은 뒤늦게 국가 주도로 나라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19세기부터 국민들에게 희생과 단결을 요구해 왔다.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오히려 미덕으로 여겼다. 뒤이어 제1차,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은 패망국이 되었다. 막대한 전쟁 배상금 지급, 그리고 동독과 서독으로의 나뉨. 풍요로웠던 서독에 비해 사회주의였던 동독은 검소할 수밖에 없었고 (사실 검소가 아닌, '가난') 절약이 몸에 배었다. 유럽 그 어디 나라 사람들보다 빨리 일어났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일을 했고, 부지런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데 이는 뭐든 정리정돈,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독일인들이 정리 정돈을 잘하고 청결한 것이다. 청교도적 검약과 부지런도 한몫. 

독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예전부터 궁금했었지만, 자주 접할 수 없는 나라다 보니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책으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타니아 씨,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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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만난 역사 창비청소년문고 16
김대현.신지영 지음 / 창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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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2월 28일~3월 4일
/주제 분류/ 세계사
/읽은 동기/ 가볍고 쉽게 쓰인 세계사 책 같아서. 그러나 역사란 가볍고 별것 아닌 이야기란 결코 기록에 남기지 않는 법. 그래서 내용이 묵직하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언제나 구시대적 사고와 새로 도래한 신념이 부딪히고 충돌하게 된다.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주장을 한 사람은, 아직 힘이 없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에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언제나 반복된 일이다.

이 책은, 

① 인류가 인간에게로 눈을 돌리기 직전 아직 신만 바라보던 시대에 새로운 주장을 했던 브루노가 받았던 재판 
② 왕이 곧 국가였던 시대에서 왕의 권력이 의회로 넘어가던 시기에 벌어졌던 잉글랜드 왕, 찰스 1세가 받았던 재판 
③ 왕과 성직자, 귀족들이 논아 먹었던 힘이 부르주아에게까지 확대될 때 일어났던 프랑스 혁명, 이 혁명 덕분에 '시민'이라는 존재가 급부상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회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이 시기에 여성을 부각하고 여성의 권리와 책임을 주장했던 한 여자가 받았던 재판 
④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유죄 선고해도 되느냐, 새로이 등장했던 민족주의 시대에 유대인 드레퓌스가 받았던 어이없는 재판, 그리고 그것을 비판하고 고발한 에밀 졸라 
⑤ 중세와 근대가 혼재했던 러시아, 그 모순된 사회에서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가 받았던 재판 
⑥ 2차 세계 대전 중 나치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뿌렸다는 혐의로 사형된 숄 남매의 재판 
⑦ 냉전 시대에 미국에 불었던 매카시 광풍, 그의 희생양 찰리 채플린 
⑧ 제국주의와 냉전시대의 피해국인 옛 식민지와 신생 독립국, 그 나라들의 독립을 돕기 위해 애썼던 체 게바라가 받았던 재판 
⑨ 홀로코스트의 주범인 아이히만이 받았던 재판, 그리고 그에게 '생각하지 않은 죄'를 언도한 한나 아렌트,


이렇게 역사의 변환점에서 충돌했던 여러 이해와,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 받았던 재판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재판이 있게 된 역사적 배경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쓰여 있다. 저자들의 약력이 자세히 적혀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역사를 전공하신 분들의 글 같지는 않았다. 다만, 저자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익히겠다는 자세로 쓴 느낌이 들었다. 이 책 맨 뒤에 수록되어 있는 참고 도서 목록들도 전문적인 역사책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을 많이 참고하셨고, 원서가 아니라 번역된 책들이다. 보다 깊은 세계사 지식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좀 모자라겠으나, 이제 세계사적 배경지식을 쌓아올리는 청소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듯싶었다. 또 이 책을 길라잡이로 이 책에 실린 참고 도서들 역시 청소년들이 읽기에 무리 없고, 유익한 책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괜찮은 세계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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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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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2월 20일~28일
/주제 분류/ 국내 에세이 (독서, 음식)
/읽은 동기/ 독서 + 음식 조합은 무조건 읽어야 해. 내 몸과 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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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지만 혼밥이지 않은 밥을 먹는 그녀. 먹을 것을 준비한다, 먹을 것을 들고 서재로 간다.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낸다. 그 책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부분을 편다. (이미 여러 번 읽어서 어디를 펼쳐야 먹는 부분이 나오는지 안다) 이제 먹으면서 독서를 시작한다. 이것이 이 책을 쓴 님의 혼밥 먹는 법이다.


제목을 내 식탁 위의 책들이라기보단, 혼밥과 함께 하기 좋은 책들이랄까.


요즘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티피로 먹방을 보거나 하다못해 인터넷 먹방 방송을 본다던데, 이 분은 방송 대신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게 2012년, 이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먹자 방송의 바람이 불지 않았던 때이니, 유행을 좀 앞서 나가신 분이랄까. 방송을 보는 것보다 독서를 좀 더 능동적 활동이라 하면, 수동적 혼밥 보단, 능동적 혼밥을 즐겨 하신 분이랄까. 흥미로웠다. 이렇게 혼밥을 드시는 분이 있구나 하고.


나도 먹는 거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뭔가를 먹으면서 책을 읽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양념'이든 물이든 뭔가 묻어 있기 때문에 책에 떨어지면 그 즉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고, 떨어트리지 않더라도 뭔가를 하면서 책을 읽는 멀티플레이에 나는 상당히 약하다. 산만하고. 다만, 때때로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면 마시면서, 간혹 초콜릿 정도를 간식으로 먹는데 이마저도 신경이 쓰여서, 비닐을 뜯자마자 와다닥 다 먹던가, 혹은 먹는 걸 까먹고 있다가, 나중에 생각이 나면 그때 왕창 다 먹는 타입이다. 뭐든 하면, 하나만 해야 하는 나는  먹으면서 책을 읽는 이런 책을 쓰긴 힘들겠지. @ㅅ@


문체는 전체적으로 시크하고, 저자가 이 책을 내기 전에 많은 사전 조사를 한 것 같더라. 외국 서적의 경우,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알기 위해 구글 검색은 물론 원서를 구해서 번역하고, 심지어 까막눈이다시피한 일본 원서까지 구해서 한 글 한 글 지극 정성(?)으로 번역해서 책에 나온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자 한다. 현대 작품이 아닌, 출판된 지 최소 50년은 더 된 책들은 번역을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다. 음식부터 해서 집안의 장신구라든가, 전통 행사, 믿음, 등등은. 그래서 옛날 책들에 나온 음식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이 책의 저자만큼의 노력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보통은, 그게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맛있는 음식'이겠구나 정도로, 저자가 묘사한 느낌이나 분위기로 대충 느끼고 넘어간다.


이 책의 저자의 이런 노력이 있기에 이 책에 꽤 많은 유익한 정보가 들어있다. 다만, 문체가 시크하고, 한 챕터, 한 챕터마다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어딘가 툭툭 끊어진다. 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용 흐름상의 문제로 산만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음식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이지적 여성의 글을 읽는 게 좋았다. 나도 책을 꾸준히 많이 읽고, 글도 좀 잘 쓰게 되면, 이런 시크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 말이다.


+ 삽입된 일러스트가 참 예쁘다. +ㅁ+ 따라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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