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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인도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를 졸업한 후 현재 국제정치 관련 언론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파리드 자카리아. 그는 이번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드러난 미국 사회 문제점을 짚어보고,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을 다룬 책이지만, 미국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서 유익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이번 팬데믹으로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10가지로 구성해 놓았다. 다음은 각 레슨에 대한 나의 요약이자 나의 생각이다.
LESSON 1.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20세기 냉전이 끝나고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를 휩쓸며 각국의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어느 한 나라에 경제위기가 닥치면 연쇄적인 충격이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신자유주의 이후에는 그 충격의 강도가 매우 심화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경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고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까지 인간이 침범해 들어가자 예전에는 없던 전염병이 창궐하고, 전염병 발생의 빈도나 속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잘 인식하고, 위험에 대비하여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에게 닥친 위험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이며, 우리는 높아진 속도에도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속도를 줄이며 유턴을 하거나 멈출 수 없다고.
LESSON 2.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미국에서 정부의 역할을 논할 때 곧잘 등장하는 말이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는 논의다. 미국은 이민자가 세운 나라이며 각 주마다 역사와 전통이 다르다. 첫 출발이 (구세계의) 억압을 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큰 정부를 지향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유럽에 대항하고, 각기 개성 다양한 각 주를 통일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힘이 센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번 팬데믹 초기 때 코로나를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여줬던 미국 정부를 보면서 중요한 것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닌 '정부의 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발원국인 중국 주위에 있던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는 나라는 작고, 중국과의 왕래도 미국보다 더 많아 아주 위험했지만 방역을 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인프라에 투자를 안 해서 그 시대의 자본과 인프라를 갉아먹고 있는 형태이며, 관료 시스템도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으므로 이 문제를 해결해 정부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LESSON 3.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등등 위기가 있을 때마다 시장은 그런대로 수습을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시장'은 고치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금융)위기 때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가며 자산가와 자본가의 자산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소외 계층에게 필요한 교육이라든가, 의료혜택에 대해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미국은 PAY-TO-PLAY SOCIETY라는, 유료사회인데 돈이 있다면 유리한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덴마크'를 사례로 들면서, 자본주의지만 높은 세율로 사회안전망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사회 모델을 어느 정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진 못한다고. 불평등을 줄여야만 역동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LESSON 4.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저자는 미국의 초기 방역 실패를 트럼프를 비롯해 미국인들이 전문가의 말을 불신하고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트럼프는 전문가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미국은 현재 분열되어 있고, 미국 국민들은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만 골라서 들으려고 한단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전문가의 말도 듣지 않는데 이렇게 해서 문제가 생긴단다. 물론 미국 감염병 전문가도 초기에 코로나를 별것 아닌 전염병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나중에 자신들의 의견을 철회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중에는 그 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다.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배치된다면 전문가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고, 전문가는 일반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LESSON 5. 삶은 디지털이다
IT 혁명으로 실물 경제와 디지털 경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었는데 이번 팬데믹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팬데믹 때문에 도시가 봉쇄되자 디지털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도 디지털의 세계로 진입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앞으로 팬데믹이 끝난다고 하여도 이런 경향은 멈추거나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앞으로의 세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예전부터 논의해 오던 '기본소득'을 팬데믹으로 인해 각국 정부들의 어쩔 수 없이(?) 실험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거나 인공지능은 더욱 발달할 것이고, 우리 삶은 디지털과 떼려야 뗄 수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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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6.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스 시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이번 팬데믹으로 그의 말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팬데믹은 물론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간과 인간의 거리를 멀게 했다. 부유한 사람은 도시를 탈출해 근교나 시골로 이동했고, 가난한 사람들도 좁은 집이지만 대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14세기 보카치오의 쓴 『데카메론』에서 그랬듯 사람들은 고립된 장소에서도 서로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유대감을 느낀다.
이번 봉쇄로 우리는 더욱 타인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LESSON 7.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경제 위기가 닥치면 우선 신흥국에 투자되었던 막대한 양의 달러가 미국으로 이동하고, 신흥국은 금융 위기에 직면한다. 어쨌든 경제를 돌려야 하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금리를 무리한 수준으로 높이고, 높은 이자율로 달러를 다시 빌려와 가치가 뚝 떨어진 자국의 화폐로 달러를 갚아야 한다. 반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나 경제가 탄탄한 선진국은 경제 위기가 와도 1~2년 만에 금방 회복한다. 이로 인해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사이의 경제 격차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은 심해진다.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욱 못 산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독점 기업은 위기가 와도 큰 타격 없이 넘어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어려움에 허덕이다 파산한다. 안 그래도 불평등은 심해지고 있었는데 이번 팬데믹으로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LESSON 8.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미중 무역 분쟁 때문에 자국 우선주의나 리쇼어링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이번 팬데믹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팬데믹으로 생각보다 훨씬 많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음을 미국과 유럽이 깨달은 것이다. '마스크'도 그렇고, 특히 의약품의 경우 자국 회사의 제품이라도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느낀 두려움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선진국 경제는 대부분 서비스 부분에서 창출되고 있고, 높은 인건비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중국이 아니라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주변 인건비가 싼 나라의 물건을 수입하는 방법이다.
LESSON 9.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제목은 '양극화'이지만, 경제에 대한 양극화라기 보다 미국vs중국 패권 싸움을 다루고 있는 장이다. 저자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흡사 19세기 영국과 독일의 갈등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기존 패권국 영국, 하지만 영국의 권력과 영국이 갖고 있던 식민지가 탐났던 독일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미국과 중국이 그런 관계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냉전을 할지 말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LESSON 10.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이 장의 제목이 의미하는 무엇일까? 저자는 분열되고 대립이 격화되는 이 시대에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유주의의 기저에 깔린 이상주의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기 따로 움직이거나 단절되지 말고 힘을 합친다면 나은 결과를 얻고 좋은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간 전쟁을 피하면 국민은 더 잘 살 수 있으며 무역이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협력', '평화'를 생각하는 이상주의자가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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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0가지 이야기를 요약해 보자면, 우리 세계는 이미 과속하는 자동차처럼 환경을 파괴하고 엄청난 도시화로 전염병에 취약해졌지만, 이런 경향은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고 안전벨트 매는 등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같은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단단히 잘 구축하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시스템을 구축해 전염병 같은 위기에 잘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은, 불균형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덴마크처럼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소외계층을 포용해야 하고, 디지털 사회도 역행할 수 없으므로 적응해야 한다.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터이지만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팬데믹으로 미국의 많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런데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만만치 않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프라 투자하겠다는데, 나는 이번 투자에 솔직히 기대가 많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저물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지만, 미국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서 지금도 끊임없이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젊은 사람의 인구가 많으며, 출산율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 한마디로 젊은 나라다. 이런 나라가 신흥국처럼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니, 2차 세계대전 후 비상했던 미국을 또 한 번 보게 되는 건가 기대가 많이 된다. 물론 미국 내 교육 격차와 빈부 격차는 심각하다. 그런데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또 미국이 이번 재정정책에서 보여줬던 화끈함(?)을 빈부 격차 해소에 보여준다면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희망 섞인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나 역시도 미국에 기대를 한다. 문제 많고 탈도 많지만, 미국에는 저력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제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비슷비슷해져서 미국의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화는 그렇게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미국에 기대를 하듯, 우리나라에도 기대가 많이 된다. 부디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잘 헤쳐나가고 그다음 우리가 맞닥뜨릴 문제도 잘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 타인과 더불어, 디지털을 우리 삶 속에 녹이고, 자연과 더불을 살도록 노력하기!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이 책처럼 건전한 논의를 계속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