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 우리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피터 싱어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동물 해방』으로 유명한 피터 싱어 교수의 책입니다. 환경이나 동물 보호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어디서 한 번쯤은 피터 싱어라는 이름을 들어 봤을 겁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현재 노(老) 학자로,  참말 나이가 많으시지만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도 활발히 사회운동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고, 뉴스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 책, 『더 나은 세상』은 피터 싱어 교수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라는 뉴스 서비스 기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2005년부터 매월 한 편씩,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칼럼을 썼습니다. 매월 한 편이라고 해도, 근 20년을 써왔기 때문에 분량이 꽤 많네요. 그리고 간간이 다른 신문에 기고한 칼럼도 실려 있어요. 

칼럼에서 다루는 주제는 아주 포괄적입니다. 인간과 사회, 자연과 환경, 동물, 그리고 미래 등 사회 문제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종류가 칼럼이다 보니, 각 글의 길이는 대략 4~5 페이지로 짧습니다. 짧은 글에,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고 간결한 어조로 풀어쓰고 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그리고 논리적입니다(철학자이십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이 책 머리말에서 본인을 공리주의자로 소개했듯이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공리주의적 시각'입니다. 학창 시절, 윤리 시간에 한 번쯤 들어 봤을 텐데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최고의 기치로 삼고 있는 철학 사조이죠. 게다가 피터 싱어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범위'를 '인간'으로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확장합니다. 넓게 넓게, 아주 넓게. '동물'과 '자연' 그리고 '미래'로까지! 그래서 한창 젊은 시절에 출간했던 『동물 해방』이라는 책이나, '낙태 금지'를 반대한다는 그의 의견은 당시 꽤나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죠. 시대가 많이 바뀐 지금도, 피터 싱어 교수의 주장은 여전히 많은 충돌을 내포하고 있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위에 말했듯이, 문체가 간결, 명료하고 담담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의 주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라며 예의 바르게 경청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아주 많은 칼럼들로 모으고 엮은 책이기 때문에 일일이 하나하나의 글에 대한 제 생각을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말하자면 그의 주장에 '동의'보다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많아요.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는 저에게 보석 같습니다. 제 생각, 제 사고, 가치관을 확장시켜 줄 보물 같은 글이라고 할까요?!

잘은 모르지만, 미국의 대학 교육, 특히나 인문학 강의는 교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되, 그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설득을 하고, 학생들끼리 토론을 통해서 학생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합니다. 그런 교육 방식, 대화 방식이 이 칼럼에도 은연중에 묻어 있습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적되, 그것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거나, 자신이 옳다고는 쓰지 않습니다. 담담한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쓸 뿐입니다. 그러면서 독자를 설득합니다. 그 설득의 과정에서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 역시 열어 둡니다. 

신문 칼럼을 읽어 보면, 피터 싱어 교수님의 칼럼처럼 예의 바르면서, 내용이 명료하고 설득적인 칼럼을 발견하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요,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고 정말 좋은 사람의 글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기뻤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예의 바르면서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글 쓰는 분이 또 한 분 계시죠! 바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님ㅋ)

사회 문제, 첨예한 윤리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요즘 수능 시험 및 대학 입학 시즌인데요,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혹은 논리 정연한 글을 써야 하시는 분들이 읽어도 참 좋아요.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그리고 짧은 분량의 글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고, 글을 전개해야 하는지 피터 싱어의 칼럼이 좋은 교과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게다가 책에 실린 칼럼의 주제가 넓어서 여러모로 유익할 거예요. 저 역시, 제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을 이 책을 읽고 곱씹고, 곱씹어서 글로 전개해 볼 생각입니다. 

생각의 물꼬를 터 주고, 가치관을 확장시켜 줄 아주 좋은 책이에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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