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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평점 :
이 책 너무 읽고 싶었다. 아주아주 최근에 나온 책으로 현재 프랑스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기존 책보다 적절히,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을 테고, 뉴스에 언급되는 것보다 깊이 설명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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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전체적인 디자인도 깔끔깔끔 읽기 좋다.
이 책은 총 5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회 / 역사 / 지리 / 정치경제 / 문화로 되어 있다. 흔히 이런 구성은 어떤 나라에 대한 학부 수업 개론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고, 내용이나 수준은 교과서보단 몰랑몰랑하고 쉽게 되어 있다.
- 1장 사회 -
이 파트에서는 사회적 공화국이라는 정체와 프랑스 여성의 지위, 프랑스 대학, 가끔 뉴스에 나오는 프랑스 내 타 종교 간 충돌 문제(히잡, 테러 등)를 다루고 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에서 참말 멀고 문화적으로 참말 먼 나라다. 그들의 문화에 대해 우리는 생각보다 잘 모른다. 부유하고 잘 사는 나라인 프랑스가 왜 사회주의적인 면모가 강한지, 여성 인권이 깨어있을 것 같은데 왜 다른 나라보다 한참이나 늦게 여성에게 참정권이 줬는지 아리송할 것이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프랑스 내 테러와 종교 문제. 1~2년 전에도 부르키니 때문에 프랑스 온 전체가 뜨거웠다. 히잡이나 부르카 문제가 왜 다른 유럽(영국, 독일)보다 프랑스에서 떠들썩한지 이 책에 잘 나와있다. 이 부분을 읽고, 우리나라에 보도되는 프랑스 뉴스를 보면 왜 이런 사건/사고(특히 테러)가 터지는지 보다 잘 이해될 것이다.
- 2장 역사 -
이 책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파트다. 한 권의 책으로 프랑스의 다양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프랑스 역사 통째로를 이 책에서 다루진 않는다.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인물과 사건 위주로 설명한다. 게다가 이 설명도 오늘날의 프랑스를 설명하는 것으로 수렴한다.
개인적으로 '아스테릭스'와 국민감정 형성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 아스테릭스 이름은 예전에도 몇 번 들었는데, 애니메이션도 볼 생각이다.
- 3장 지리 -
유럽 대륙에서 프랑스의 지리적 위치, 파리가 위치하고 있는 일드프랑스에 대한 설명, 역사적으로 독일과 뺏고 빼앗으며 대립했던 알자스로렌 등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파트도 역시나 오늘날의 프랑스를 알기 위해 적절한 것만 쏙쏙 뽑아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 SNS로 로렌 지방에 사는 한 프랑스인이랑 친구가 된 적 있다. 보이스 메일로 자기소개를 들었는데, 진짜 발음이 딱딱 끊어지는 독일어를 듣는 것 같았다. 분명 어휘는 프랑스어인데 발음은 독일어. 참말 신기했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아버지가 은퇴한 광부이셨다. 지금은 대부분 폐광이 되고, 은퇴자들은 현재 모임을 결성해 친목도 다지고, 권리 신장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계신다 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지역 역사에 대해 알게 되니 일견 이해가 갔고, 재밌었다.
- 4장 정치, 경제 -
정치 : 우리나라 사람들도 현재 프랑스 정치에 대해 꽤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점점 우경화하는 유럽,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 영국(브렉시트), 독일의 극우정당 약진. 이런 흐름이 프랑스도 예외 아닌데, 그래서 전 세계가 유럽 대선과 총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지지율과 국민전선이 차지한 의석수를 확인해 보면 프랑스가 얼만큼 우경화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 마크롱이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배경, 티비에 자주 언급되는 마린 르펜이나 국민전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유용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경제 : 우리나라가 밀고 있는 미래 에너지 중에 핵융합 발전이 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프랑스에 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는데, 거기 주축국이 바로 우리나라와 프랑스다. 그만큼 과학 기술에서 우리도, 프랑스도 앞서 있다.
우리에게 프랑스는 패션과 화장품, 관광지, 좀 더 넓게 보면 음식과 식문화, 문학 등이 익숙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진면목은 바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프랑스는 과학기술 최강국이다. 항공, 우주, 조선, 선박 등 부가가치 높은 산업 분야에서 많은 부문 1~2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고급 기술이 필요한 분야, 작업장에 프랑스 고급 인력이 일하고 있다. 다른 책에서는 프랑스의 과학 기술에 대한 글은 보기 힘든데 이 책엔 이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
- 5장 문화 -
다른 4개의 파트에 비해 힘이 좀 빠지고, 재미도 조금 덜한 파트였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프랑스에 제일 익숙한 분야가 바로 요 문화가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문화에 대해 읽어 볼 수 있고, 조선 말기 병인양요를 비롯, 프랑스와 우리가 얽혔던 여러 역사적 사건을 읽어 볼 수 있다. (의궤 내놔, 이 도둑놈들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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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일 좋은 점은 프랑스의 최신 내용을 싣고 있다는 점이고 쉽고 접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책은 프랑스의 여러 분야를 다루니까 얇지는 않다. 그래도 술술 잘 읽힌다. 고등학생, 중학생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학생들 중 문화 예술 건축 음식에 관심 많은 학생들은 프랑스로 유학 가길 원하는데, 프랑스 유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맛보기로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프랑스에 대해 알면 알수록 뭔가 더 복잡하고 알기 힘든 나라다. 그 이유는 프랑스 혁명기 때 그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보면 이해 가능하다. 프랑스는 각자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용 정신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받아들인다.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아수라장 같은 그런 느낌이지만.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것들이 양립해 있고,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것들이 공존해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이니까. 다들 지지 않고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고, 자기 이기심 채우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도 예의 바르고, 모두가 더불어 공존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프랑스 행동하는 지식인들이 그러하다). 일견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뭔가 이상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프랑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에 관심은 많지만 잘 몰라서 어디서부터 접근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분들에게 딱 좋은 책, 딱 좋은 입문서이다. 그리고 프랑스 최신 정보를 알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