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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머리 리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 클래식 6
엄진숙 지음, 장준영 그림 / 책고래 / 2017년 2월
평점 :
/읽은 기간/ 2017년 2월 17일
/주제 분류/ 세계 명작, 그림책
/읽은 동기/ 샤를 페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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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 이야기는 처음 읽는다. 샤를 페로의 작품은 다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아는 샤를 페로의 작품은 잔인하고 무섭다. 이 동화처럼, 동화라는 이름값하는 페로의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페로가 남긴 좋은 이야기는 다 까먹고, 잔인한 것만 골라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좋은 이야기, 교훈적 이야기는 잘 까먹으니까요.
중세, 어느 나라에 왕자님이 태어났다. 갓난아기 왕자님은 머리가 꼽슬꼽슬했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 만큼 아주 못생겼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지혜의 요정이 항상 왕자님 곁에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 왕자님은 무럭무럭 자랐고, 어느덧 나라일까지 맡아 보게 되었다. 지혜의 요정이 함께 했기에, 왕자님은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은 없는지 두루두루 살폈고, 공평무사하게 나랏일을 처리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왕자님을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왕자님은 백성들의 마음만으로는 불충분했다. 왕자님에겐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이 무엇이냐면, 바로 결혼할 때가 되었는데도 아직 좋은 배필을 못 만났다는 것. 왕자님은 고민이 생기면 숲을 산책하는 습관이 있었다. 왕자님은 아직 짝이 없다는 고독과 걱정스러움에 숲으로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이웃나라 공주를 만난다.
아름답지만, 어리석다고 소문난 공주였다. 아름다운 공주님께 첫눈에 반한 왕자님(예나 지금이나, 동이나 서나 남자들이 예쁜 여자에게 반하는 건 똑같고요-♬)은, 자신의 지혜를 조금 떼주고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한다. 단, 지금 바로 결정내리지 말고 1년 후에 이 숲에서 만나자고 한다. 왕자님과 헤어져 자기 나라로 돌아간 공주님은 정말로 지혜로워졌다. 왕은 골 아픈 나랏일이 생길 때마다 공주와 의논했다. 어리석었던 공주가 지혜로워졌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수많은 왕자들이 공주에게 청혼하러 몰려왔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혜로운 왕자님은 공주님을 만나기 위해 숲으로 갔다. 하지만 공주님은.....
여기가 클라이맥스. ㅋㅋ 결말은 잠시 후에...
지혜롭지만 못생긴 왕자와 아름답지만 어리석은 공주의 이야기. 한 가지씩 부족한 남녀가 서로를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이야기는 동서를 막론하고,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공주가 왕자와 결혼하러 숲으로 오기 전 뜸을 들였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수긍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 에 현혹되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려면 지혜가 필요하고. 그것에 다가가기 위해선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공주가 지혜로워졌기에, 왕자님에게로 간 것이다. 하지만 지혜로워진 후에도 1년하고도, 한나절이라는 망설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혜로운 사람도 망설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얼마만큼의 망설임의 시간이 필요할까. 이런 시간이 없기 위해선 왕자님과 공주님 곁을 지켰던 지혜의 요정이 필요하겠지. 하느님의 존재만큼이나 지혜의 요정의 존재도 이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잘 모르겠다. 알 수 없어. '지혜의 요정님, 어딨나요? 어서 내게로 와요. 어떻게 나이를 먹을 수록 지혜로워지기는 커녕 그동안 갖고 있단 지혜까지 다 까먹고 있어요.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동화책을 읽어야 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