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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평점 :
/읽은 기간/ 2017년 1월 20일~31일
/주제 분류/ 국내 에세이
/읽은 동기/ 어딘가에서 읽은 이 책의 리뷰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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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책 한 번 오래 읽었다. 근 열흘간 읽었는데, 열흘 내내 이 책만 붙들고 있은 건 아니고 그간 좀 아프고 그간 좀 사람을 만나고 그간 설이 끼어 있었다. 그랬더니 열흘 동안 읽은 것이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이 책에 대한 리뷰.
저자,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티비에서 언젠가 본 분 같은데 정확히 뭐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고,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단지 얼굴만 얼핏 기억나는 바로 그런 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목소리도 떠오르는구나... 아니, 왜?! 내가 이 분 목소리를 기억하지?!) 이 책을 읽으니 대충 프로필이 나온다. 젊었을 땐 출판사에서 일했고, 시를 써서 시인으로 등단, 지금은 칼럼을 쓰고, 라디오를 진행, 그리고 강연을 해서 밥벌이를 하고(사실 밥벌이보단, 취미생활을 영유하고...), 나머지 시간엔 이 작업실을 꾸려가는 분이셨다.
보통 작업실이라 하면, 뭔가를 만들고, 그 생산품을 내다 팔거나 자기만족으로 간직하거나 혹은 뭔가를 연습(노래든 그림이든) 하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김갑수 씨의 작업실은 다른 작업실과 다르다. 이 작업실은 오로지 취미를 향유하는 곳이다. 온전히 음악만 듣고, 자주 커피를 내려 마시고, 종종 손님이 찾아오고, 뜨문뜨문 책을 읽는 그런 장소... 무언가를 '만든'는 보통의 작업실과는 다른 곳.
김갑수 씨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서 옛 선비가 떠올랐다. 입신양명엔 관심 없고 방에만 틀어박혀 글만 읽으며 세상을 여행하거나, 금강산 그림을 보고 금강산을 유람했다고 우기는 옛 선비처럼 김갑수 씨도 어두컴컴한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하게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온 세상을 여행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긴다.
이 작업실을 꾸리게 된 첫 이유는 바로 음악. 취미라고 해야 하나, 기벽이라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 음악, 아니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아서 후들거릴 만큼의 엄청난 돈을 쓰는 것도 모자라, 이런 작업실까지 마련하는 열과 성은, 혀를 내두른다.
어쨌거나, 이 정도 경지까지 밀어붙여야 진정한 오덕일 것이다. 이름을 따서, 갑덕이라 부르고 싶다. 그래, 뭔가를 좋아하고 즐긴다고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죽을 때 인생에 미련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련없이 돈도 팡팡 쓰면 되는 거다. 엉뚱한 데 말고,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