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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그리다 -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정우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기간/ 2017년 1월 23일
/주제 분류/ 국내 에세이 (개 사진 듬뿍 사진집 + 카툰 덤!)
/읽은 동기/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누군가도 느끼고 그것을 어떤 창작물로 표현한 것을 보고 싶을 때가요. 굳이 꼭 글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진도 되고, 그림도 되고, 카툰도 됩니다. 무엇이 됐든 그걸 보면 내 마음은 편해지고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아요. 외로울 때, 누군가에게 감정이입하고 싶고, '내 마음이 딱 이래!'라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이 책을 꺼내 들었어요. 이런 마음이 들 때, 정우열 씨나 홍인혜 씨의 책만한 게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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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살짝 두툼합니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이 개사진과 정우열 씨의 카툰들입니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빈약하냐, 그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개를 사랑하고 포괄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개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서(정말 어렸을 때부터 개를 좋아했습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이 책이 어떻게 와 닿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보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가슴이 따뜻해졌고, '그래, 그렇지'라고 하며 고개 끄덕끄덕, 엄마 미소를 지으며 이 책을 보았습니다.
소리와 풋코(정우열 씨의 반려견)의 사진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졌고, 간간이 삽입된 정우열 씨의 카툰은 짧지만 섬세하고, 개와 좋은 추억이 있는 분들은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로 꽉 채워져 있거든요.
이 책은 여백이 많습니다. 정우열 씨의 카툰 스타일도 그렇지요. 손으로 직접 쓴 글과 그림들은 참 깔끔하고 심플합니다. 짧은 글에 담아 쓴 정우열 씨의 생각은 어딘가 여백으로 남아, 저에게 여운을 던져줍니다. 그래서 정우열 씨의 작품에서 여백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은, 정우열 씨가 소리와 풋코와 인연을 맺게 된 그 시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끝은 담겨 있지 않아요.... (끝 이야기는.... 2014년에 예담 출판사에서 나온, 『올드독의 제주 일기』를 보시면 알아요.) 소리와 풋코의 성장 이야기, 함께 여행과 캠핑을 떠났던 이야기, 그리고 편안한 집에서 함께 한 두 반려견의 사진들이 담뿍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개와 함께 하고, 혹은 옛날 언젠가 개와 좋은 추억을 함께 한 분들이라면,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참으로 좋을 거예요.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편안한 행복감,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개는 사랑입니다. 존재 자체로 나와 우리를 기쁘게 해주니까요. 이런 제 생각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동물 학대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인간들에게 '사랑'이 부족해서 겠죠. 과도한 사랑도 문제지만, 부족한 사랑도 큰 문제예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가까운 개와 고양이에게서도 이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행복이 우리 인간에게 요원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바로 손만 뻗으면 느낄 수 있는 쉬운 것임을 방증하는 건데 말이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인간, 반려견, 반려묘, 그리고 우리 인간과 가깝지는 않더라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과 식물들이 공존공생하며 좀 더 사랑이 가득한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