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간의 마음공부 - 천년 동안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이야기
송석구.김장경 지음 / 싱긋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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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1월 12일
/주제 분류/ 국내 교양 (불교 철학)
/읽은 동기/ 새해도 됐겠다, 혼탁하고 더러운 내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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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두 명이다, 우선, 송석구 저자는 동양 철학을 전공, 김장경 저자는 송석구 저자의 제자인데 사업을 하면서 공부와 강의를 하시는 분이다. 이 책은 이렇게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든 책인데, 어떻게 분업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문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다. 어쨌든 저자가 두 분이라 서문도 두 개, 후기는 없다. 

이 책의 구성은 정말 제목을 따른 구성이다. 하루에 한 챕터씩, 70일 동안 읽도록 되어 있다. (하루에 하나의 깨달음?!) 각 챕터마다 불교 일화가 실려 있고, 저자의 첨언(일화에 대한 설명이나 저자들의 생각, 주장)이 나온다. 이 책의 기획의도는 독자들이 매일매일 70일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저자들의 생각을 천천히 음미하여 수행(修行), 수신(修身) 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성질이 급한 관계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에 실린 일화들이 어찌나 재밌는지 어서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속독했다. 불가 수행에선 조급함을 버리라던데 난 막 조급함을 부렸어. >ㅁ< 이것도 욕심의 소산이겠지요?! 그래도 이야기가 재밌는 걸 어떻게 해!! 난 좀 이런 옛날 이야기, 단순하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주로 5세기 경 인도에서 만들어진 『백유경』이라는 불교 경전에 발췌한 것들이다. 『백유경』 외에 다른 경전에서 발췌한 것도 있고, 신라시대 핫피플이었던 원효 대사 일화도 실려 있다. 이야기들이 다 재미있었고, 불교 교리 혹은 인간이 어디서 어리석음을 범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색해 놓았다. 불교 그런 거 하나도 몰라도, 전혀 부담 없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불교 경전에 실린 일화가 이렇게 쉬운 이유는, 아마도 싯다르타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싯다르타에게 지혜를 얻으려고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몰려온 사람들 중에는 브라만도 있고, 귀족도 있고, 글은 하나도 모르는 무지렁이들도 있었다. 부자든, 권력 있는 사람이든, 못 배운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도를 깨닫는 것은 어렵다. 그리하여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무명에서 벗어나도록 쉬운 일화를 들려주어 깨달음의 길로 인도했다. 그래서 이 책에 쓰인 일화도 들으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이야기 구성은 최대한 심플, 군더더기 없다. 


경전 속 일화를 발췌한 다음에는 이 책의 저자들이 덧붙여 쓴 글이 적혀있다. '일화'에 대해 부연 설명이나, 관련 불교 교리/개념을 적고 저자의 생각과 주장을 적어놓았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새기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저자들의 이 첨언이었다. 저자의 첨언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 옳고 옳은 도덕적 이야기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잊고 살기 쉬운 것들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설사 마음으로 이해했다고 해도 경계에 부딪히면 누구나 평소와 다르게 분별심에 휘둘려 사리판단이 흐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은 노트에 발췌했는데, 발췌하는 동안 흐트러진 내 마음을 바로잡기도 했다. 물론, 발췌하기를 멈춘 순간부터 열반의 세계로 가던 내 영혼이, 현실계로 뚝-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수행을 잠시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하나 보다. 

이하는 발췌한 것. 

27쪽. 문제와 대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 풀기를 미뤄놓은 대가는 불안의 지속일 뿐이기 때문이다. 

32쪽. "재물이 많으면 걱정도 많다. 재물을 쌓아놓고 먹지도 나눠주지도 않으면, 죽어서 아귀가 되어 의식이 부족할 것이요, 아귀가 되지 않더라도 천한 자가 되어 고통을 겪을 것이다. (...)"

36쪽. 쉽게 얻어지는 즐거움치고 우리를 망치지 않는 것은 없다. 

53쪽.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과 특정한 대상, 인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의 근본이 되는 내 마음을 직접적으로 바로 보고 들여다보고 관찰하야 한다. 

60쪽. 목숨이 다할 때까지 매일 온갖 살림살이 걱정에 빠져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79쪽. 게으르게 세월을 흘려보내거나 다투고 번뇌만 일삼으며 보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이다. 

79쪽. 일을 하지 않는 것만이 게으른 것이 아니다. 관성에 빠져서 무엇인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현재의 세상에만 젖어 있는 것도 게으른 것이다. 더 크고 더 나은 세계를 찾아 떠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82쪽. 자신을 제대로 잘 보아야 그때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86쪽.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아상 현실을 직시하고 끝까지 파고 들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94쪽. 상대방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자립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103쪽.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혼자서 가야 한다. 

124쪽. 훈습은 그대로 업이 된다. 그래서 이러한 업식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126쪽. 마음공부는 자기 변혁을 위해, 이렇게 훈습되어 온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136쪽. 근본적인 답은 스승이 대신해줄 수 없다. 결국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0쪽. 선을 구하는 것에 게으르면 해태라고 하고, 청정하게 마음을 씻어내는 것에 게으르면 방일이라고 한다. 

195쪽. 잘못된 관념의 늪이 생기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체로 애초에 무엇인가를 남보다 쉽고 빠르게 얻으려는 탐욕으로 바른길을 걷지 않았거나 교만한 마음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200쪽. 불신은 참된 진리에 대해서 믿지 않는 마음이다. 깨달음의 실체와 힘, 덕성스러운 것들을 믿지도 않고 구하지도 않는 마음이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해태나 방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5쪽. 먼저 두드러지게 좋은 일을 하기보다는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 좋은 말 ♡ 
불교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어디서 다 들어 본 말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문화엔 불교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서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공부란 반복 학습할 때에야 비로소 공부가 되듯, 다 아는 내용도 화두로 삼아 깊이 생각해 보아야 진짜 공부가 된다.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 여느 불교 대중 서적도 그러하지만 - 중간중간에 불교 교리 및 불교 개념들을 설명해 놓은 부분이 참 좋았다. 연기법이던가, 공사상이라던가, 그리고 20가지 번뇌들(108가지를 뽑기엔 지면이 부족했으려나요?! ㅋ)... 예전에 책을 읽고 공부했으나 잊고 살다 보니 또 다 까먹었다. 불교 교리를 완전히 익히지 않은 분들, 불교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분, 불교 초보자들에겐 좋은 설명일 듯하다. 그리고 이 역시 내가 따로 짬을 내어 곱씹고, 또 곱씹어서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공부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요런 책(불교 경전 포함)은, 진짜 제대로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깨달음(혹은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을 얻고, 그 깨달음으로 내가 옳은 방향으로 변한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독서/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책을 곱씹는 만큼,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고, 책 내용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지혜로운 말씀을 마음에 담는 것, 그 말씀으로 깨달음의 길에 다가가는 것도 다 독자의 몫, 다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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