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동화, 동시작가이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권영상 선생님의 수필집이다. 각 글은 2-3페이지 길이로 60여 편 실려 있다. 수필집이라고는 하나,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시는 분이다 보니, 글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여운이 있다. 그리고 따뜻한 수필집에 대한 나의 편견일지 모르나, 거짓없이 쓰셨으나, 어딘가 진솔한 진심이랄까, 그런 마음은 다 풀어쓰시지 못한 것 같다. 착한 글, 좋을 글을 읽을 때면 으레 드는 답답함 같은 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이 '답답함'은 이 책을 낸 '좋은생각'이란 잡지를 읽으면서도, 혹은 미담(美談) 사례집을 읽으면서도 종종 느낀다. 뭐, 글과 글쓴이의 문제라기 보다, 나의 취향 문제인 듯.

 

   동화를 쓰시는 분은 보통 어떤 일을 하고, 평상시에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이 책과 권영상 선생님에게 5월의 뒷산 같은 느낌을 받았다. 50대의 중년이시지만, 어떤 싱그러움 같은 게 느껴졌다. 나이와 가치관 이런 걸 넘어서서 아이와 학생들을 좋아하고 위하시는 분들에겐 이런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활기도 느꼈다. - 산과 5평짜리 주말 농장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이런 느낌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싱그러움이 이 책의 지배적인 느낌이다. - 그리고 책표지의 영향도 있는 듯.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가 몇 몇 편에 걸쳐 나오는데, 부모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내가 늙었기 때문에 눈물이 많아져 그런 걸까; 요번 신정 때 팥죽 새알을 너무 많이 먹었다 =_=)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뭔가 슬프고 우리 부모님이 아련하게 느껴지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가슴에 사무쳤다. 같은 한집에 살고, 부모님 편찮으신 데 없이 잘 지내시는데 말이다(나, 뭐지;;). 우리 모두는 같이 살고 있든 그렇지 않든 인간이라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고, 함께 살고 같이 부딪게 살면서 어떤 감정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감정은 때론 시공을 초월해서 - 그래서 아직 겪지 않은 일인데도 - 권영상 선생님이 부모님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꼭 내가 20년, 30년 후 느끼게 될 그 마음 같아서 울컥, 울컥 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울컥울컥 하면서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공을 초월해 20, 30년 후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느낄지 이 책을 통해 본 것 같으니까. 지금 잘 해드려야지. 훗날 부모님을 추억할 수 있으려면, 지금 내가 애틋한 마음이어야 하니까.

 

   가볍게 볼 수 읽을 수 있는 수필집, 그렇지만 내 미래를 보여 준 수필집. 이 책의 맨 마지막 글 제목인 '오래된 미래 이야기'를 본 것 같다. 나의 '오래된 미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추억과 글을 빌려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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