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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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도 얇고, 글씨도 크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빨리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거 웬 걸. 완독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완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문체 때문이었다. 이 소설의 문체가 나랑 너무 맞지 않았다. 소설을 읽을 때 문학 공부하듯 하나하나 떼어 보는 것도 아니면서 나랑 안 맞는 문쳇글엔 상당히 예민하다. 책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책에 손도 안 가고 읽어도 읽는 것 같지 않아서 완독하는데 몇 주가 걸린다. 이 책의 문체는 음, 흡사 1900년 대 초 변사가 활동사진을 설명하는 투였고, 그 시대의 변사의 대사가 그러하듯 상당히 진부했다. 클리셰 남발.

 

   이런 이유로, 1/3 정도 읽고 진도를 못 뺐다가, 약속도 약속이고 올해가 가기 전엔 다 읽고 싶어서 마음 먹고 오늘 다 읽었다. 읽다 보니, 초반에 너무 많이 나왔던 진부한 표현들도, 등장인물간 대화 때문에 적게 나왔고 이야기도 나름 전개된 터라 중간 이후부턴 읽기 수월했고, 빨리 읽혔다. 그렇게 읽다보니,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재미까지 느꼈다. - 역시 뭔가 끝까지 해보는 게 좋은가.

 

  

   박시형은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학생으로 어느날 예기치 않게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독립군으로부터 어떤 물건을 받게 된다. 그 물건은 고서 한권, 탁본, 정체불명의 약초 뿌리였다. 이것은 숙종 때 세워진 창덕궁 '불로문'과 관련된 물건들로, 일본천황궁에서 애타게 찾던 물건이었다. 일본천황궁에서 이 물건을 애타게 찾은 이유는, 진나라 진시황에 빗대 설명할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혹은 죽어서 자신의 권력을 더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권력이 막강해지면 질수록 더 난폭해지고, 생명연장을 넘어 불로불사까지 바라게 된다. 20세기 초, 아시아의 힘과 권력은 일본으로 기울었었다. 당시 일본 권력층(일본황궁)은 당연히 그 권력을 잃을까 두려웠고, 계속 그 권력을 누리려 한 것이 당연지사였다.

 

   이 소설에도 진시황 이야기가 나온다. 진시황은 탐라에 불로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복을 그곳으로 보낸다. 서복은 탐라에서 불로초를 구했지만 진나라로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가봤자 불로초를 구했든 구하지 못했든 그는 죽은 목숨인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불로초를 가지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그와 그의 수하들의 나라를 세워 수십세기 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조선 숙종 때, 숙종과 그의 비공식(..) 호위무사들이 지리산으로 찾아와 서복 일족과 그의 수하를 전멸시키고, 불로초를 빼돌린다. 서복은 다행히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지고, 천수당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숙종이 빼앗아간 불로초를 되찾고자 한다. 숙종은 조선시대에 왕권이 가장 강했던 왕으로, 오래 재위하고자는 염원이 강했다. 그래서 비밀리에 불로초를 재배하고 재배하던 곳으로 드나는 문 이름을 불로문이라 짓는다.

 

   이 소설은 이렇게 창덕궁 불로문과 박시형의 손에 우연찮게 들어온 고서, 탁본, 정체불명의 약초 뿌리가 단서가 되어 불로초에 대한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창덕궁의 불로문과 진시황이 보낸 서복의 이야기, 서복이 제주도 정방폭포에 새겼다는 '서불과지' 이야기 소재도 재밌고, 참신했고, 그럴 듯(역사소설은 요 '그럴 듯 함'이 참 중요)했다. 단, 작가의 문체만 문체와 치밀한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뒷받침 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책 읽다가 자꾸 변사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혼났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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