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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안다는 건 무엇이고,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글쓴이는, '안다'라는 건 상대방을 직시(直視)하는 것이라고 한다. 직시해야 비로소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단다. 여기서 말하는 직시(直視)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걸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걸 넘어서 통찰이라고 해야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걸 뜻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 볼 때, 어머니는 자식의 외모와 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난 진짜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은, '아이의 존재 자체를 보고, 느끼고 그래서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세상을 직시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앎이고, 진정한 사랑이다' 라고 이해했다.
이 책에도 여러번 등장하는 '자아 분열'. 이 '자아 분열' 때문에 인간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한다. '자아분열'. 뭔가 어렵고 거창한 말같은데, 그냥 쉽게 말해서 자기 마음 속에 모순적인 생각 혹은 우유부단 뭐 이런 것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의미하는 것 같다. 갈등을 하면, 행복할 수 없는 건 당연지사.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마음 속에, 분리되고 헝클어지고, 얽히고설킨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가 되고 통합된 느낌이 들 때 우린 행복을 느낀다. - 딴 말이지만, 우린 좀 이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뭔가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즐겁다는 칙센트 미하이가 생각나는데, 음, 우리는 뭔가 분리되고 엉킨 것보다 뭔가 하나로 통합되어야 마음도 안정되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글쓴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예로 들었지만, 난 어머니가 되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때때로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예전에 함께 살던 강아지에게 들었던 마음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나는 가끔 엄마만 생각해도 감사하고 사랑의 마음이 든다. 때로는 생각만해도 가슴 벅찰 때가 있다. 1, 2년전부터 내가 철이 들었는지 그렇다.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하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조건반사식으로 엄마를 사랑한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예전에 나랑 함께 살던 강아지도 그렇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즐겁고, 내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강아지를 안으면 때때로 분열된 자아(-_-;;)가 통합되는 것도 느껴졌는데, 그럴 땐 그냥 마냥 행복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이게 글쓴이가 말한, 진정으로 상대방을 직시하고, 사랑하는 그런 게 아닐까 한다. 앎, 사랑, 행복(흠, 나 지금 진정 사랑을 아는 뇨자라 자랑하는 거다;; - 으크, 농담).
흠, 글쓴이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비슷한 것 같다(뭐 잘은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도 요렇게 생각할 듯;;). 눈에 보이는 외형적 조건, 인과관계에만 매몰되지 말고, 상대의 존재 자체를 느끼고 알고, 사랑해야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 음, 좋다. +ㅁ+
그렇다고 이 책에서 글쓴이가 주장한 모든 것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글의 전개도 그렇고 주장의 근거로 든 것들이 내 생각과 다른 것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에 밟히는 게 있었는데 그건 인간을 설명할 때 늘상, '동물'을 끌어와 설명하는 것(정말 많이 나왔다;; 매 챕터마다 여러번 나옴). 철학에서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진짜 알고자 한 대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하여, 비교 같은 걸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간을 설명할 때, 동물이 적절한 비교 대상인가. 그리고 비교설명하면서, 동물을 본능에 좇아 사는, 그래서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로 말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기도 했다. 동등한 존재이지만, 뭐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다른 종들보다 인간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 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의 세계(좁게 말해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니 적자생존의 세계로 흔히 바라보는데,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을 넘어, 이 모든 걸 포괄하는 공존은 무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뭐, 그랬다.
뭐 어쨌거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책의 마지막 장(章)에 나와 있다. 바로 이 부분,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삶의 한가운데서 적극적으로 고민했던 최초의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행복을 논했던 다른 철학자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다른 사상가들이 고작 행복한 마음에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일정한 조건에 의해 실현되는 그 무엇이 아닌 삶의 목적 그 자체로 여겼다."
음,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멋있는 말 같다. 행복이란, 바로 삶의 목적 그 자체. 나도 무슨 말인진 모르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