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자신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가끔, 삶에 대한 담담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번 태어난 생명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생물이든 죽음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삶과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그것들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박경리 의 시집에서도, 박경리 이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누구든 꼭 겪어야 할 일임을 받아들이시는 걸 느꼈다. 그래서일까. 이 시집은, 박경리 이 태어나게 해 준, 어머니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아버지와 어머니를 낳아주신,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삶을 돌아보시고, 당신의 삶의 출발을, 아니 그 이전까지 되돌아보고 싶으셨던 것일까.

 

  일제강점기, 육이오, 군사독재시절..

  이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 중에 어찌 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만에 세상이 바뀌길 여러번, 큰일 날 뻔한 일도 여러 번 있을 것이고, 아버지, 남편, 사위로 인해 주위 사람들의 태도변화와 홀대, 핍박도 참 많이 받으셨을 것이다. 

  

  많은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속 못다 한 말도, 참 많을 것인데 어떻게 펜을 놓지 않으셨을 수가 있을까. 나같으면, 마음의 생각을 쫓느라 글을 쓸 힘도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고, 대단하신 분이다. 그리고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세상에 대한 원망도 있을 것인데, 어떻게 저렇게 담담하게 쓰실 수 있으신지. 

 
  아무래도, 삶과 죽음을 다 받아들여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신 건 아닐까.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대하소설도 쓰실 수 없으실테고, 이런 유고 시집을 쓰실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고 박경리 ..

  가신, 그 하늘에서도, 이승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느질하고 계실까. 한 땀 한 땀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기시고, 삶을 한 번 바라보시고.. 그러실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와 다시 만나, 못다한 효도하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