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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케어 바이블 - 원인 없는 트러블은 없다
안잘리 마토 지음, 신예용 옮김 / 윌북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새로이 깨달은 것이 있다. 나이에서 숫자 앞자리가 바뀌는 것만큼, 나이의 뒷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도 상당히 타격이 크다는 것. 노화가 내 등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나이 하나 먹기를 기다렸다가 보란 듯이 내 앞에 얼굴을 들이민다. 좀, 가라. 가라고. ㅠㅅㅠ 나를 슬프게 하는 노화.
2~3년 전만 해도 어디 자기소개하는 자리가 있으면, 은근히 내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면 이름 말하고 이것저것 말하고 뜸 들이다, 적당한 순간 내 나이를 말하는데 이때 보통 사람들이 놀라며 정말 어려 보인다고 한 마디씩 해주셨다. 겉으로는 웃으며 '헤헤, 아니에요~ 제가 키도 작고, 머리 스타일 때문에 그래 보여요.' 라며 짐짓 빼지만, 속으로는 '이 순간만 기다렸다!'고 되뇌며 즐겼다. 밋밋한 일상에서 이런 순간들이 짜릿했고, 나의 소박한 낙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것도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1~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급격히 노화한 얼굴. 점점 푸석해지는 얼굴에, 시나브로 늘어나는 실주름들이 내 소박한 낙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는 자기소개 시간이 싫다. 나이를 말해도, 깜짝 놀라지 않는 사람들. 이제는 내 나이보다 많이 볼까 봐 걱정되고, 의기소침해진다. 가급적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나이를 말 안 하려 해도 꼭 얘기하라는 분이 있어 속상함. ㅠㅅㅠ
노화의 이유는, 실제로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피부에 대한 무관심 때문일 것으로 본다. 사실 2년 전부터인가, 기초는 '아이크림-알로에겔-수분크림' 이렇게만 바르고 있다. 남들 다 바르는 스킨, 로션은 바르지 않는다. 그래도 피부는 좋아 보였고 오히려,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릴 들어서 이런 루틴을 지속했던 것.
하지만 이렇게 노화가 역습해 올지는 몰랐다. 역시나 나이에 맞는 스킨케어를 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안이했던 나를 반성합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어릴 때 여드름 때문에 상처받고, 고민했던 저자가 결국 피부과 전문의가 된 사람이 쓴 책이다(닥터 안잘리 마토 씨!). 저자는 십 대 때 여드름 흉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다, 어느 날 한 피부과에 갔는데 그 의사 선생이 대화를 오로지 저자의 어머니와 했단다. 상담이 끝나고(물론 저자는 말도 못 했고) 밖으로 나가기 직전 저자는 간신히 용기를 내어 의사에게 물었단다.
"(여드름) 흉터가 나아질까요?"
의사가 마침내 날 쳐다보더니 한 단어로 대답했다.
"아니."
이 대목에서 내가 눈물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대화는 끝이 났다.
안잘리 마토, 『스킨케어 바이블』, 윌북, 2019 (- 112쪽)
와, 나도 화가 난다. 의사의 무례한 태도에!! 나도 십 대 때 피부 트러블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저자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내 같았어도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십 대 때는 자기가 아는 협소한 세상이 다인 줄 알고, 자기 경험만이 다인 줄 할고, 자기가 만나는 사람만이 다인 줄 알기 쉬운 나이인데, 너무 대못을 박는 태도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다니! 나쁘다!!! (그러니 마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이지만 이 기억은 잊히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나이를 많이 먹어도 이 기억은 잊히지 않겠지) 어쨌든, 그런 경험이 전화위복이 되었고 저자는 피부 전문의가 되었다. 이제는 자기 어린 시절처럼, 피부 때문에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사람을 위해 진료를 하고 이렇게 책도 냈다. (저자의 여드름 흉터는 성인이 되어 의학 공부 겸 캐나다에 가서 레이저 치료를 받았고 현재 아주 약간의 흔적만 있는 상태란다. 이 흔적도 레이저로 없앨 수 있지만 신경 안 쓰이는 정도라 가만히 놔뒀단다. 일단, 잠정적으로. 나중에 마음 변하면 없앨 수 있다고!)
사실 요즘 피부 케어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SNS에 접속해도, 모바일로 네이버에 접속해도, 티비를 틀어도, 잡지를 펼쳐도 피부 이야기가 많다. 또 요즘엔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에 정기적으로 가는 사람도 많고, 한 달 화장품 구입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사람도 많다. 화장품 종류는 어찌나 많은지. 단지 하나의 브랜드만 살펴봐도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게 많은 라인이 나와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피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화장품 후기 글에는 꼭 '무슨 무슨 성분이 포함되어 있네요. 매우 유해한 성분인데, 어떻게 이런 성분을 넣을 수가 있나요? 양심이 있나요, 없나요? 안 삽니다! 다른 분들도 사지 마세요!'라는 글이 있다. 일반인들도 피부, 화장품에 대해서라면 이제는 전문가 뺨을 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ㅁ<
어쩌면 그런 분께는 이 책이 새로울 게 없을 수 있겠지만 읽어 본 바,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신뢰성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일반인들이 뷰티업계의 상술에 넘어가는 걸 염려스러워하고, 본인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피부과 의사라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십 대 때 피부 트러블로 가슴앓이 했던 사람으로서, 그런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이라 무해하다. 그러니 신뢰가 간다.
노화가 걱정되어 읽었지만, 다른 피부 트러블에 대해서도 잘 읽었다. 평소 고민거리이기도 했던 '민감성 피부'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수면'이었는데, 누구나 피부 건강에 수면의 질과 양이 중요하다는 건 다 안다. 나도 아는데 그게 참 잘 안된다. 이 책에 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체내의 수많은 과정에는 일주기 리듬이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뇌에 있는 가장 상위의 시계 외에 피부 조직에도 자체 내부 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놀라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많은 세포 조직 유형에 자체 내부 시계가 있다.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섬유 모세포)와 색소를 만드는 세포(멜라닌 세포). 더불어 줄기세포까지. 이 세포들은 두뇌는 물론이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피부의 리듬 변화를 생성한다.
피부의 일주기 리듬은 피부의 거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수분 공급과 수분 손실, 지방 피지 생성과 혈류 피부 세포 분할과 장벽 기능이 포함된다. 이 과정은 낮 동안 같은 비율로 진행되지 않으며 활동의 정점과 저점을 보인다. 일주기 리듬을 이해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주요 원인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 결국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피부의 장벽 기능이 축소되고 피부 노화의 징후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안잘리 마토, 『스킨케어 바이블』, 윌북, 2019 (157-158쪽)
한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각기 다르다. 수면 필요 시간 역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린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더 많이 자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체가 휴식을 취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성인에게는 평균 7시간에서 9시간 사이의 방해 없는 양질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피부에 영향을 끼치는 라이프스타일 요인을 해결하고 싶다면 바람직한 수면 습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안잘리 마토, 『스킨케어 바이블』, 월북, 2019 (159쪽)
아, 내 피부의 노화의 원인은 나이 탓도 있겠지만 수면 부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급 반성. ;ㅅ; 더 늦기 전에 충분한 수면을 습관화해야겠다. 앞으로 내게 남은 일은, 나이 먹는 일밖에 없지만 그래도 좀 동안으로, 건강하게 늙고 싶다. 어떤 큰 즐거움은 없더라도, 내 나이를 말할 때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소소한 낙으로 즐기고 싶다. 암튼, 지금도 늦은 시각이지만,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지. 뿅!
피부 관련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피부에 관한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