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 교보클래식 1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정영은 옮김, 강주헌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18세기에 이미 픽사의 《토이스토리》 같은 이야기가 있었구나. 지금으로부터 3세기 전인 18세기에, 현대적 이야기인 토이스토리가 있었다니... 놀랍다 놀라워. 지금 픽사 작품과 비교해 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촌스럽지도 않다. 이야기로서의 '세련미'와 '재미'가 두루두루 갖춰져 있다. 18세기에 21세기 식의 현대적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바로바로, 독일 낭만주의 작가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아, 이름이 무척 기네요!)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다.




│ 저자 소개 │

저자,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이하 호프만)은 1776년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도 커서 아버지처럼 법조계에 몸을 담았으나, 나폴레옹의 패권주의 정책 때문에 번번이 어려운 상황에 맞닥트린다. 한때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생계를 잇던 시기도 있었다(그의 인생의 변곡점마다 나폴레옹이 있음. 그 시대 어느 누구가 나폴레옹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만은). 그러다 본인의 창작적 재능을 살려 작곡과 음악평론, 그리고 소설을 집필한다(하늘은 불공평하네요!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재능을 주다니요!)

│책 소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호프만이 1816년에 발표한 동화다. 환상적이고 어느 부분에선 기괴한 느낌도 있는 낭만주의 작품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호프만의 원작을 프랑스 대문호(이자 대식가.. 아니 미식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각색하고, 러시아 대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발레 음악으로 작곡한 것이다.

│줄거리│

원작 이야기는 의사인 슈탈바움의 셋째 딸 7살 마리가 주인공이다. 마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두를 까는 '호두까기 인형'을 부모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호두까기 인형은 못생겼지만, 왠지 정이 갔고 지켜주고 싶었다.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그날 밤, 마리는 혼자 인형을 갖고 놀다가 장식장 속 인형들과 오빠의 군인 장난감들이 움직이고 말하며, 쥐의 대군들과 전투를 치르는 것을 목격한다. 호두까기 인형이 위기에 처하자, 마리는 신발을 벗어 쥐들에게 던지고 의식을 잃는다. 깨어나니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말하지만 모두 믿지 않는다. 다만, 마리의 대부님인 드로셀마이어 씨만 의미심장한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이야기다. 드로셀마이어 대부님은 뭔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대부님의 이야기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 속에서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아름다운 공주였던 피를리파트 공주는, 쥐인 마우제링크스의 저주로 아주 못생긴 공주로 변한다. 공주에게 걸린 저주를 풀고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이가 드로셀마이어의 조카다. 드로셀마이어의 조카는 마음씨 착하고 똑똑하며, 아주 잘생긴 청년이었다. 공주의 마법을 그가 풀어주면 둘은 결혼하기로 했으나, 마지막에 일이 잘못돼 잘 생겼던 드로셀마이어 조카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잘 생겼던 청년이 갑자기 못생기자 그 모습에 실망한 피를리파트 공주가 그를 배반한다.

드로셀마이어 대부님의 이야기를 들은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이 이야기 속 드로셀마이어 씨의 조카임을 확신한다. 진열장 속에 있는 '호두까기 인형'에게 자기 자신은 피를리파트 공주처럼 그대를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자, 드로셀마이어 대부의 진짜 조카가 마리의 집에 찾아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느낀 점│

마리의 꿈인지 상상인지 그 환상적 이야기와 현실의 넘나듦. 그리고 대부이신 드로셀마이어가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 그리고 저주가 풀려 진짜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난 호두까기 인형(드로셀마이어 대부의 조카)... 경계를 허물고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종횡무진하는 것이 능수능란하다. 18세기에도, 소위 '메타적' 소설이 쓰였구나. 놀랍다, 놀라워. 나는 이런 이야기가 20세기가 되어 미하엘 엔데(ex. 『끝없는 이야기』)부터 시작된 것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서 살짝 충격을 받았다. 미하엘 엔데의 환상적 동화는, 호프만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구나 싶다.

사실 지난달에 디즈니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보았다. 혹평이 많았지만, 나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고 중간중간 흘러나온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곡들이 정말 좋았다. 가슴도 설레어서 원작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지금까지 정작 원작 읽기는 싫었었다. 그 바람에 이 좋은 작품을 이제야 읽었네요. 뒤늦게 읽어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읽어서 기쁩니다!)

원작은 영화와 많이 달랐다. 발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원작과 얼마나 다를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작은 원작대로 디즈니 영화는 영화대로 좋았다. 어차피 호프만의 작품도 틀을 깨고 이곳과 저곳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뒤마의 각색, 차이콥스키의 상상력, 이 시대의 재현(디즈니) 등 세부 사항과 설정은 다르지만 뭐가 됐든 간에 다 좋다.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원작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상상과 창작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전은 역시 고전이고, 대문호와 대작곡가가 이 작품에 뛰어든 이유를 알겠다. 뒤마와 차이콥스키 이름만으로 원작의 작품성이 보장되는 것 아니겠어요?! 시시한 작품이라면 그들이 애써 바쁜 시간을 쪼개 새로운 창작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뒤마와 차이콥스키를 믿고, 호프만 원작을 읽으면 좋겠다.

올해 계획 중 하나가 12월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는 것이다. 발레 보러 가기 전에 원작 또 읽어야지. 매년 12월이면 읽고 싶고, 긴긴 겨울 이 책으로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싶다.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비단, 7살짜리 여자아이들의 상상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대문호(이자 대식가.. 아니 미식가) 뒤마와 러시아 대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러니 우리의 상상력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과 저곳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메타적 세계로-

+ 단, 18세기식 호러적 느낌이 몇몇 곳에 있다. 그래도 그 당시 동화들에 비하면 상당히 순화되고 말랑한 작품이며, 오히려 현대 동화에 더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