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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 휘게 : 덴마크인 라이프 스타일로 '아늑함'을 추구. 라곰 : 스웨덴인 라이프 스타일로 '적당함, 충분함'을 추구. 칼사리캔니(팬츠드렁크) : 핀란드인 라이프 스타일로 '편안함'을 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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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츠드렁크의 어원인 핀란드 어 '칼사리캔니'는 속옷을 뜻하는 '칼사리'와 취한 상태를 뜻하는 '캔니'의 합성어이다. 이 함축적인 단어에 팬츠드렁크의 본질이 담겨 있다. 쉽게 말해, 팬츠드렁크는 어디도 나가지 않고 오직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미스카 란타넨, 『팬츠드렁크』, 31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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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어 칼사리캔니는 영어로 번역하자면 '팬츠드렁크'! 마음 편한 집에서, 몸이 편한 옷(속옷 good)을 입고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스마트폰 오락, 좋아하는 음악 듣기 등 마음 가는 대로 편히 있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의 휘게나 스웨덴의 라곰은 좀 가족적이거나 소모임적 성향이 강한데 핀란드의 팬츠드렁크는 상당히 개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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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츠드렁크는 자기답게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식 방법이다. (...) 있는 척하며 분위기를 잡고 연기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연출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미스카 란타넨, 『팬츠드렁크』, 26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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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나 라곰은 연출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절한데, 팬츠드렁크는 다소 부적합하다. 속옷만 입은 채 소파 위에서 혼술 하며 노트북을 하거나 스마트폰 하는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기엔, 서로 민망하잖아. >ㅁ< 하지만 마음은, 팬츠드렁크가 훨씬 편하고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팬츠드렁크가 더 효율적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늘고, '소확행'이 유행하면서 혼술 문화가 많이 퍼졌는데(예전엔 가족들과 함께 사니, 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힘들었고 혼자 몰래 마신다고 해도 꼭 들켜셔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잔소리 터짐), 우리 혼술 문화와 핀란드의 '팬츠드렁크'가 좀 비슷하겠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가 '술'에 집중한다면, 핀란드 인은 술보단 '편안함'에 방점을 둔다. '팬츠드렁크' 단어에 드렁크가 들어가지만, 굳이 술은 안 마셔도 된다. 술은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니까.
팬츠드렁크의 핵심은 '의미 있는 무의미함'이다.
미스카 란타넨, 『팬츠드렁크』,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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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북유럽이지만, 북유럽도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일단 지리적 요소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북유럽에 속하지만 유럽 대륙에 위치한 덴마크는 교통이 발달했다. 그래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집에서나 별장에서 아늑하게 함께 있는 걸 즐긴다. 스웨덴도 유리한 지리적 위치와 막강한 군사력으로 오랫동안 북유럽 강대국으로 군림했다. 그래서 공동체 의식이 발달했는데(우리나라의 '공동체 의식'과는 좀 다른 느낌) 그래서 때가 되면 함께 모여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그래서 발달한 것일 수 있겠다(방금 떠올린 내 생각으로, 예전에 라곰 책에서 읽은 건데 스웨덴에서 커피 초대는 민감한 문제라고 들었다. 왕따 뭐 그런 거. 상당히 공동체를 중시해서, 그런 만큼 다른 곳에 속한 사람에겐 배타적이라고 이해했다).
반면에 핀란드는 이 책에서 설명하다시피 개인적인 나라다. 북유럽 어느 나라나, 다른 지역에 비해 개인적이지만 핀란드는 더욱더 개인적인 나라인 듯하다. 오랜 세월 동안 농경국가였고 어둡고 춥고 인적 드문 땅 위로 가난한 농가가 수십 미터 거리로 흩어져 있었으니, 도시화가 된 후에도 관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멀리한다고 한다. 그 유명한 짤만 봐도 그렇다.

스웨덴 사람들도 줄 설 때 띄엄띄엄 서있지만, 핀란드 인은 그 간격이 더 심한 것 같다. 저 하얀 패딩 입은 사람... 뭐냐.... 넘 멀어.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버스 기사님들은 다 타길 못 기다리고 한 명만 태우고 떠날 듯.
이렇다 보니 가족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휘게나 라곰보다 혼자 자기만의 공간에서 편히 쉬는 '팬츠드렁크' 문화가 핀란드에 생긴 것 같다. 그렇다고 팬츠드렁크를 혼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배우자나 가족, 가까운 친구, 동료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일단 편하게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게 팬츠드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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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츠드렁크는 마음의 평화에서 출발하는 하나의 태도이자 삶의 철학이다. 자신의 머릿속이 가볍고 마음 근육이 단단하다면 그 건강한 기운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비로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도달하려면 무엇보다 편안한 속옷 또는 잠옷, 적당한 양의 술, 약간의 안주, 오락기기가 필요하다.
미스카 란타넨, 『팬츠드렁크』, 179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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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의 '팬츠드렁크'가 우리나라의 '혼술'보다는 '멍 때리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편히 아무것도 안 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게 닮았다.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시간(167쪽)....
인스타에는 정성 들여 꾸민 휘게나 라곰 류의 사진을 올릴 수 있겠지만, 사진 업로드가 끝나고 앱을 끄면 팬츠드렁크로.... 본격 편하게 있는 시간들, 그게 바로 팬츠드렁크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가 실천하는 시간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좀 더 발달했으면 하는 문화다. 혼자 있을 때 이렇게 편하게 있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 내고 가벼워진 후, 가까운 사람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고, 업무에서는 일에 집중력과 효율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 우린 아직 너무 날 서 있다. 릴렉싱 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