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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게 다 고민입니다 - 동물 선생 고민 상담소
고바야시 유리코 지음, 오바타 사키 그림, 이용택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주 금요일, 당일로 서울에 갈 때 읽은 책. 250쪽 정도 되는 책인데 내용이 짧고 간결해 금방 다 읽는다. 각 내용별로 삽화도 들어있어 눈도 마음도 여유롭게 독서할 수 있다. 간혹 기차 타고 책 읽으면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 책을 읽을 땐 그런 게 없었다. 글의 흐름이 짧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이동 시 짧게 독서할 때 알맞은 책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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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 방식은, 각 상황에 놓인 인간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특정 동물이 자기의 행동 방식이나 습성을 말해주며, '인간, 당신이 가진 고민은 충분히 내 행동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며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고민하는 이를 위로해 준다.

고민의 예를 든다면 이런 거.
직장에서 후배들이 자신을 꼰대 취급하며 불편하게 대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이 고민의 상담자는 나이 든 암사자였는데 그의 답변은 이랬다. '젊은 사람에게 당할 순 없으니, 경쟁보다는 선배답게 무게 잡으세요.'
사자 무리는 암컷을 중심으로 이뤄진 사회이며 암컷들은 서로 협력해 사냥을 한다. 나이 들어 힘이 달리는 암사자는 사냥에 나서기보다 젊은 암컷의 새끼를 돌보거나 수사자나 하이에나가 접근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단다. 늙은 사자의 약점은 체력, 강점은 경험이니, 늙은 암사자처럼 고민자도 경쟁보다 '경험'을 살려서 후배를 이끌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존경까지 받을 수 있을 거란다. 만약 그렇지 못할 시엔 무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뭔가, 사자에서도 '교과서'가 있는지 늙은 암사자의 답변이 너무 교과서이다. 어쨌든 나는 늙은 암사자는 무리 안에서 따돌림받다 쫓겨나 초원에서 혼자 쓸쓸히 굶어 죽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은가 보다. 무리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제 밥벌이는 했던 것.
책 속 답변은 전반적으로 교과서적이고 어떤 답변은 꼰대스러운 면도 있지만 저자가 일본인이라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일본인들은 개인적이고 본인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나 무슨 일이 있을 땐 서로 협력하여 일을 해결한다. 본인의 생각은 누르고, 무리와 사회를 우선시하는 문화. 여러 답변에서 이런 면이 느껴졌다. 이 책의 상담 내용만 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일단 내가 동물들의 답변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읽다가 '과연?! 정말?!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이러면서 동물과 토론할 기세까지 됐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동물이 인간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목적보다, 상담을 가장하여 각 동물들의 습성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인 듯하다. 그러하니 고민을 해결하고 동물에게 위로받기 위한 사람보단, 동물의 습성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