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에 신문 기사 하나를 읽다가 충격 받았다. 기사는 충격을 넘어 엽기적인데,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일진을 군대에서 만났다. 가해자(어릴 때 일진)는 제3자가 분실한 물건 값과 가해자 본인이 패배한 내기 당구 비용을 후임인 피해자에게 뒤집어 씌웠다. 이틀동안 2,000만원의 허위빚을 씌운 것이다. 피해자는 제2금융권에 빚을 내고 가해자가 요구한 빚을 다 갚았다. 그러나 가해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콩팥 하나에 1억이고, 사람은 콩팥 하나만 있어도 사니까 콩팥 하나 팔아 1억을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가해자를 두려워한 피해자는 장기 밀매 브로커와 접촉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고 그래서 총 8,300여 만원을 뜯어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갈만한 내용인데, 문제는 세상에 없을 법한 이런 엽기적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는 것. 위의 기사 내용을 쓰니 또 다른 사건 하나가 기억난다. 이 사건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여중인가 여고인가 둘이 동창인데, 커서 우연히 만났다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노예처럼 부리고 협박해, 가정을 파괴하고 그 동창을 노래방 도우미로 전락시킨 후 지속적으로 돈을 상납 받았다는 것.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엽기 사건 속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이 책으로 조금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시마 노부요리의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이다. 


책 내용은 위 사례처럼 엽기적이지 않다. 그것과 반대로 다정다감하고 말랑한 느낌의 책이다. 신간이라 책을 다룬 언론 기사와 리뷰가 많은데, 읽어보니 많이들 이 책이 힐링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위로가 목적인 힐링 책과는 결이 좀 다른 책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 인간 심리를 분석하며, 대인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 방법을 제시했다. 


이 책은 ① 별것 아닌 언행을 과대 해석하는 사람, ② 속마음과 달리 상대방에게 다 맞춰주다가 불만이 쌓인 사람, ③ 혼자 있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분노를 축적한 사람들(7쪽, 머리말 중에서)을 위한 책이다.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며 타인의 기분을 우선하다 보면 '진짜 내 감정'을 알 수 없게 됩니다. 진짜 내 감정을 알지 못하면 늘 남의 기분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상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 계속 애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인정과 감사를 받는 일은 없습니다. (- 27쪽,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사실 그것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입니다.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가 있습니다. 1996년 이탈리아의 뇌과학자에 의해 발견된 이 신경세포는 타인의 동작을 볼 때 뇌 속에서 자동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울 뉴런이라는 명칭은 마치 거울과 같이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혹시 긴장한 사람 옆에서 덩달아 긴장을 느껴본 적 없나요? 상대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뇌가 자동으로 그 사람을 흉내 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 34쪽,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이 책은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그런 감정까지 '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영향받는다고 한다. 가령, 거만한 사람이 나를 얕잡아보면 상대방에게 반발하면서도 상대방 생각대로 나 자신이 위축되고 상대방에게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며, 또 그 사람 나를 대하는 것처럼 자기 비하와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단다. 


타인에게 옮은 긴장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듯,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치지 못해 괴로운 다른 증상들도 실제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가까이 있는 사람의 뇌를 거울 뉴런이 자동으로 흉내 내면서 생겨난 증상일 수 있습니다. (- 34쪽,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뇌는 특정 상대에게 주목하면 그 상대의 뇌 상태까지 흉내 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말려들기 쉬운 사람들은 늘 자신의 감각이 아닌 상대의 감각에 주목하기 때문에 상대의 뇌를 흉내 내어 '빙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상대의 부정적인 인격까지 흡수해버리죠. (- 34쪽,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 말대로라면, 위에 엽기적인 사건 속 피해자는 가해자의 뇌 상태를 흉내 내 '빙의'된 것이다. 본인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가해자의 말에 영향을 받아(혹은 협박을 곧이곧대로 믿고), 수천만 원을 마련해 준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조종을 당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를 좀 더 확장시키면, 사이비 교주와 사이비 교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아무튼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는, 기사 속 가해자나 피해자, 사이비 교주-교인의 관계처럼 극단적이지 않으나 일상에서 마주치는 불편한 느낌, 불편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이 불편한 관계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기 암시이다. 타인의 생각, 즉 타인의 뇌에 동기화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자기 믿음 그러니까 자기 암시를 하라고 한다. 억지로 노력할 것 없고 그냥 담담히, '나는 이러이러하다'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글을 쓰니 뭔가 와닿는 게 약한데, 실제로 좀 이건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자기 암시', '자기 믿음'으로 효과를 많이 봤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대한 저자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해결 책, '동경하는 사람 따라 하기'. 이것도 거울 뉴런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활용한 해결책으로 적극 강추하는 방법. (그런데 이 방법도 '자기 암시'와 상통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때때로 대인관계가 잘 안 풀릴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특별히 별난 상대를 만나 힘든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늘 위축되고 애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강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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