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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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벽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온통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 126쪽,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벽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혜 기자의 신간. 이번에는 글쓰기 책이돳! 


이다혜 님은 기자 일도 하시고, 팟캐스트에 출연도 하시고, 강좌도 여러 개 하시고, 책도 내시고... 이 분의 하루는 72시간으로 흐를 것 같다. 내 하루는 12시간 같아서, 시간에 쫓겨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데. 어쨌든 일도  많이 하는 사람이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구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작법 원칙이나 작법 요령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고, 글쓰기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의 경험과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 생각이 강하게 배어 있다. 그리고 아쉽게도 작법 책이라고 하기엔 구성이 산만하고, 글의 내용도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고, 글로 먹고사는 사람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경험, 글쓰기 예시를 보기엔 좋다. 




내가 느끼는 이다혜 기자만의 문체가 있는데, 이 책에도 있다. 문체는 사람의 목소리와 같아서 그 사람만의 고유 리듬, 억양, 높이가 있다. 한 번 정착되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아, 내가 지금 이다혜 기자의 글을 읽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이것은 좋은 것이기도 하고, 좋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이다혜 기자의 글을 꾸준히 읽는 건, 사실 글의 내용보다도 군데군데 언급되는 영화나 책 이야기가 좋아서다. 내가 몰랐던 영화와 책이 많이 나온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도 많이 언급돼 반가웠다. 호기심 돋는 책과 영화는 메모했고, 하나씩 볼 계획이다(이 생각만으로 설레고 기분 좋다). 또 공감되는 단락들이 글 중간중간 뿌려져 있어 좋다(내가 책을 읽는 이유로, '공감 가는 내용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8 할이다). 요 단락들도 메모메모.


좋은 예술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리라 예상하지만, 생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작품이 그렇다. 선악이 단순하거나 호오가 간단히 갈리지 않으며, 작품의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이야기나 정서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면, 내가 본 것이 무엇이며 내 경험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위한 탐색 과정으로 글쓰기가 필요해지기도 한다. -74쪽,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음...?! 발췌문의 문장 호응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좋은 예술작품에 대한 생각에 공감한다. 생각을 풍부하게 하는 작품, 선악이 단순하게 나뉘지 않고,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 그래서 내 생각과 감정을 쿡쿡 쑤시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본다. 책, 영화, 미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처음부터 걸작을 만드는 사람도 없다. 그냥, 뭔가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그것이 글이면 글을 쓰고, 영화 만들기면 영화를 만들면 된다. 그것도 열심히.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건, 이다혜 기자의 글쓰기 조언보다 이다혜 기자의 경험이었고, 뭐든 스스로 부딪혀 경험해 봐야 한다는 진리였다(뭐가 됐든 '경험'이라는 진리로 돌아오지만). 글쓰기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없으니, 꾸준히, 그냥 써야 한다는 것. 그렇게 경험을 쌓다보면, 이다혜 기자님처럼 글 쓰기 책도 내고, 강좌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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