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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2
조지 오웰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8월
평점 :
100만 년 만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다. 읽은 지 얼마나 오래됐으면, 이 소설이 공산주의와 독재를 풍자한 것까진 기억나지만 나머지는 기억나는 게 없었다. (돼지가 나쁘다, 는 것 빼고. 왜, 어떻게 나쁜지도 까먹음) 비록 다 까먹어서 다시 읽었지만, 이번에 읽고 든 생각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쓴 작가가 죽은 지 오래됐는데도 계속 출판되는 책은, 읽었어도 또 읽을 가치가 있다. 이번에 『동물농장』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정말, 재독가치(再讀價値) 뿜뿜!
조지 오웰이 기자로 활동했기 때문일까, 엘리트였지만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의 틈에 노동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동물농장』은 상당히 쉽다. 누가 돼지고, 누가 나폴레옹이고, 누가 복서인지 쉽게 떠오른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소련이 망하고 미소 냉전이 종식된 지도 오래. 이젠 스탈린도, 트로츠키도 잊힌 존재가 되었지만(요즘 학생들은 역사에 관심 없으면 잘 모를걸.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으니까), 독재가 횡행하는 그 어느 나라든 이 책은 1:1 대응이 가능해, 망해버린 소련이 어땠는지 잘 몰라도 각기 알고 있는 독재국가와 비교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여전히 고전이고, 앞으로도 고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읽으며 새로 느낀 건, 『동물농장』이 독재국가에만 국한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어느 시대고, 한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늘 이런 식의 민중에 대한 호도가 있어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섰을 때라든지, 구한 말에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조선 사람들에게 조선이 얼마나 후진국가인지 세뇌시킨 거라든지, 북한이나 중국의 체제 변화라든지 등. 인간이 권력에의 욕망이 있는 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늘 적용 가능하고, 끊임없이 읽힐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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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와 인간 열두 명이 화난 목소리로 맞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목소리가 비슷해서 서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바깥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를 쳐다보다가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쳐다보다가 돼지를, 그리고 다시 돼지를 쳐다보다가 인간을 그렇게 순차적으로 눈길을 옮겨 가곤 했다. 하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도무지 어떤 게 어떤 건지 전혀 구별할 길이 없었다. (- 170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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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의 제일 마지막 문단이다. 조지 오웰이 이 책을 빌어 사람들에게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문장들. 모두가 평등한 세상, 모두 적당히 일하고 여유와 행복을 즐기는 삶, 유토피아를 꿈꾸며 단결하고 행동했지만 달콤한 열매는 소수의 지도자만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류의 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지고의 안락함과 부유함을 누린다.
어쨌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의 허상을 믿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도 말 많고 탈 많고, 높으신 분(?!)들의 비리와 호도가 여전히 비일비재하지만 그래도 이 체제가 나은 건 '견제'를 할 수 있다는 거다. 견제가 무너지면 얼마든지 『동물농장』의 세계가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읽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고전은 역시 고전이고 고전은 늘 새롭게 다시 읽힘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