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김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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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내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 12쪽)

 영화 <리틀 맨하탄> 주인공 부모는 이혼할 생각이지만, 주(州) 법이 이혼 판결이 있기 전까지 별거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살고 있다. 아내는 이미 남자친구까지 만들었다. 데이트를 위해 남자친구가 찾아오면, 남편이 문을 열어주고 아내가 나올 때까지 '남편'과 '아내의 남자친구'가 함께 서 있는 진풍경을 보인다. 밤에는, 아내는 방에서 자고 남편은 거실 소파에 혼자 찌그러진 채 잠을 잔다. 10살인 아들 게이브는 부모님의 그런 기이한 모습을 최대한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게이브의 부모님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중에, 너무나 사소해서 말하기가 꺼려지는 문제들을 마음에 하나, 둘씩 쌓아두다 보니 그것이 너무나 쌓이고 쌓여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것이다.


비단, 영화 속 부모님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직장에서도, 거래처 사람과도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며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일 스트레스받는 건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분명 내 일이 아닌데, 혹은 내 일이 맞긴 하지만 상사가 과도한 요구를 할 때 등등. 분명 상사의 요구에 부당함을 느끼나, 대놓고 상사에게 '저는 이 일 못하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중치가 콱! 막힌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예,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되는데 乙인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예, 예, 알겠습니다"라는 이 말을 당황한 듯한 얼굴과 쥐 죽은 목소리로 표현해 최소한의 반항을 할 수 있을 뿐이다. 乙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랄까. 그런데 이것도 좀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고, 완벽히 갑과 을인 입장에서는 이런 뉘앙스도 내비칠 수 없다. 




이 책은 거절을 잘 하지 못하던 저자가 대오 각성하고, 거절에 대한 노력과 노력을 하면서 겪은 경험담, 연구 자료, 관련 책, 인터뷰 등을 잘 엮어 집필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거절을 잘 하는 법'에 대해 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법'에 대한 책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것은, 타인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다니는 것을 의미하니까.


핵심은 자기 합리화가 아닌 내 마음속의 진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이 불편하다고, 나는 이런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 38쪽)

세련된 거절이란 결국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결국은 거절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 45쪽)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권위에의 복종>에 대한 글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과 '스탠리 밀그램 실험'도 적혀 있고, 몰랐던 이야기도 있었다. 충격적이었던 건 실제 있었던 일로, 맥도널드 매장 이야기였다. 어느 날 맥도널드 매장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매장 직원 중 한 명이 심각한 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경찰이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경찰에게 협조해 달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경찰이 시키는 대로 했다. 여의치 않을 땐 다른 직원에게 부탁해서 경찰이 하라는 대로 했다. 경찰의 전화를 받은 직원들은 용의자로 지목된 직원을 사무실로 데리고 가 속옷까지 모두 탈의시킨 채 온갖 모멸적인 행동들(나체로 체조를 시킨다거나 또.. 뭐... 충격적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을 시킨다. 결국 한 직원의 의심으로, 전화를 건 사람이 경찰이 아님이 밝혀졌다. 하지만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0년 동안 미국에서 70개의 유사 사건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정말 충격적! <권위에의 복종> 다음에 나오는 <학습된 무기력>의 글도 인상 깊었다. 충분히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고통과 부당함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태도. 


아니다 싶으면 당당하게 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NO라고 하는 게 힘들지. 그래도 해야만 한다. 저자는 거절을 잘하기 위해서는, 거절 받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절의 근육을 키우려면 우선 '싫어요'라는 말을 들어도 그리 상처받지 않는 경험을 해야 한다. (- 69쪽)

어차피 우리가 하는 부탁의 8할은 거절 받을 운명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면 거절에 대한 맷집을 키우는 방향으로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거절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삶에서 거절은 디폴트 모드다. 거절이 당연하고 기본적이며 승낙을 받으면 좋은 것이다. (- 20쪽)

거절을 디폴트, 즉 삶의 기본 조건으로 정해 놓고 거절에 대한 맷집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좀 더 적극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내 삶의 행복과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 81쪽)

민주주의와 개인주의에서 '거절'은 반드시 실천이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한 인간으로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내 안에 있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삶 속에서부터,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거절을 실천해야 한다. (-224쪽)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거절이라는 것은 무조건 큰소리치고, 뻗대고, 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거절이란, 본인의 진심과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고,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과 '원하지 않는 것', '필요하지 않는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진정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우선은 타성(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수월하게 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삶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싫은 건 당당하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Let's ge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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