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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ㅣ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 김서해
•사랑은 비추고 들추는 감정이었다. 내가 무시할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는 것들에 나의 시선이 머물게 하는 빛. 어쩌면 내 이름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일이 었다. 어째서 졸업 전시를 위해 그 많은 유리를 그리고, 윤슬을 바라보고, 고흐의 그림에 매혹되었는지 이제 답할 수 있었다. 스스로 이름을 정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이 이름을 택했을 거라고 처음부터 정해둔 것 같았다.
•너를 제대로 흉내내지 못하는 게 왜 아쉬울까? 내가 사랑에 빠지는 방식은 모사구나. 그러니까, 난 너를 좋아하다못해 네가 되고 싶다고 내내 도서관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다 자기 이름대로 살진 않을 테지만, 나는 영원이 정말 그리움을 망토처럼 뒤집어쓴 사람으로 살길 기도했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정말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환하게 빛나는 태양의 삶을 얻을 것 같아서, 나를 위해서 그를 위한 소원을 품기로했다.
•나는 '좋아하다' 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사랑하다가 좋아하다보다 강하고 싶다고 믿어서, 미주가 내 감정을 축소하고 격하했다고 생각했다.
해인은 학생때 가장 친하고 사랑하던 친구를 잃은 경험이 있어서 트라우마에도 시달리고 정신과도 다니던 중에 영원이라는 기타리스트를 만나게 된다. 영원이 주희 많이 닮은 탓에 자연스럽게 주희를 떠올리면서 힘들어하지만 결국에는 극복한다는 내용.
해인이 영원이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라고 하는 내용이 있는데 영원이 시간이 흘러도 계속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 살고 있는 해인에게 자기를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많이 해줘서 주희가 아니라 ‘나’를 일깨워줘서 그런 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아마 영원의 질문을 들으면서 온전하게 나만을 위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슬픔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에는 영원이 존재하는 건가? 진짜 해인이 견디기 힘들어서 만들어낸 허상인가? 했는데 진짜 데미안처럼 사실 내 안의 나였다. 이런 결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뜬금 없기는 하지만 정신과를 가는 게 부끄럽거나 숨길 내용들이 아닌데 소설 속 해인의 엄마가 정신과 기록 남으면 ~~에 안 좋다 이런 말들 하는거 보고 속상.. 마음도 아프면 병원을 가야 낫는건데 제발 이런 인식 쫌 없어지게 해주세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서 이미 김서해 작가님의 글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았는데 술술 읽히고 잔잔해서 좋았다. 신인 작가 선생님들 시리즈라면서 왜 다 좋은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