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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밥 - ‘한국인의 밥상’에서 찾은 단짠단짠 인생의 맛
김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평점 :

숨 쉴틈 없이 달려온 저자에게 찾아온 '번 아웃'. 우울감과 무력감에 몇 달을 지내다 우연히 먼지 쌓인 노트 더미를 발견했다. <한국인의 밥상> 취재노트였다. 지렁이 글씨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미 한번 들었떤 이야기였지만, 번아웃에 넋을 놓고 있던 저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위로가 됐다. 아마 저자는 이 뭉클함을 나누고팠는지도 모른다.
배불리 먹고 힘을 내 다시 하루를 살아가듯, 저자는 힘든 우리의 일상에 괜찮다. 할 수 있다, 힘내라 이런 말을 해주고싶었나보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힘이 날지, 화가 날땐 어째야 할지, 그리울땐 뭘 해야할지...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와 음식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봄나물은 대개 쓴맛이 강한데 옷춘은 유독 단맛이 강하고 고소하다던가, 한여름 농사일에 아메리카노 대신 얼음 간장물로 빠져나간 염분을 채운다던가, 홍합은 특히 1,2월에 맛이 좋다던가, 회충때문이려나 뱃사람들이 산에 와서 고로쇠물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는 등의 정보는 덤이다. 아, 이런게 있구나 싶었다.
저마다 사연있는 음식이 한두가지는 있을 터다. 음식에 녹아 있는 사연을 읽으며,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오르기도 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닌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 아마 먹을 것과 연결된 그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이 책도 그랬다. 잔잔하게 하나의 에피소드와 하나의 음식이 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참 나도 먹는 음식만 먹는지, 책에서 나오는 식재료나 음식들의 맛이 상상조차 안가는 것들이 많아서 아쉽긴 했다.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데 왜 나는 맛보지 않았던가... 후회도 되고 스스로가 살짝 불쌍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