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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시와 광시곡 - 농민학에서 본 중국의 역사와 현실사회 비판 ㅣ 이산의 책 12
친후이 외 지음 / 이산 / 2000년 4월
평점 :
이 책은 수업을 들으면서 접하게 되었다. 참 좋은 책임에도 내용이 어려워서 많이 안 팔렸다는 선생님의 말씀 그대로, 힘들게 읽었지만, 그에서 얻어진 바는 읽느라 힘들었던 수고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저자는 아직 자본주의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까지도 날카롭게 지적하며 현재 중국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까지도 제시한다. 이것이야 말로 그의 날카롭고, 예리한 사유에 기초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도식적으로 생각하고 알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반성적 사고를 위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중국의 역사와 현실 상황과 관련하여 논리,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예로 든 것들이 중국사 전공자가 아닌 바에야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더러 있기는 해도..)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한계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여러 다양한 정리가 가능하겠지만, 내가 특히 깊이 공감했던 것은 종법공동체에 의한 속박과 보호.. 그리고 문화심리면에서 자유로운 개성이 발휘되지 못했던 점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성적 사유, 개인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들에 대하여... 저자는 '마오'현상,'스탈린'현상처럼.. 군중성 히스테리, 권위숭배등으로 일종의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종법공동체에 의한 자유로운 이성의 자유가 속박받는 것이 어찌 중국만의 상황이며, 사회주의 국가만의 전유물이겠는가?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재사고하도록 만드는 질문들이다. 아울러 일인독재가 가능한,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반쪽, 북한을 좀 더 다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어 주는 기회도 제공한다.
고전음악, 고전문학들이 접하면 접할 수록 깊은 맛이 느껴져 그 인기가 지속되는 것처럼... 곁에 두면서 그 깊은 맛을 곱씹어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