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잊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온 케네스 배, 북한 억류 735일을 말하다
케네스 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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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배의 <잊지 않았다>를 읽고

 

박정원

 

 

많은 사람들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건 아마도 단순한 실망이나 배신감을 넘어선 한 인간의 인격과 존재가치 나아가 삶의 근간을 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사람들은 잊혀지는 것에 대해 무한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잊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이슈에 격렬히 반응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기 쉽고 언제 그랬냐는 듯 쉬히 일상으로 돌아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게도나는 케네스 배 목사님의 이야기를 잊고 있었다. 처음 언론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직감적으로 이 분이 선교사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언론에서 몇 번 그의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완전히 잊고 있었고, 2년 전 그의 석방 소식을 접한 뒤에도 그 사건 조차 내 머릿속에 희미해 져 있었던 어느 날 나는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또한 그가 본 북한에 관한 이야기가 사뭇 궁금했다. 그러나 더욱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어떻게 그가 북한에 들어갔고, 무엇을 위해 그곳에 있었으며 과연 그 모든 이면에 있는 역사, , 그분의 스토리(His Story)였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지만 이 책을 손에 놓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 책을 펼치고 한 번도 손에서 뗄 수 없이 새벽이 지나서야 다음 날 일정을 위해 겨우 겨우 나를 억누르고 286페이지 째 돼서야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충분한 시간만 있었다면 이 책을 한 번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책은 그 이야기만으로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히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북한의 이야기와 우리가 익숙한 영화에서의 여러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배 목사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 역사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높고 위대한 가치의 부르심 앞에서 순종과 실망, 헌신과 두려움 속에 갈등하는 한 사명자의 모습에서 나의 삶을 재조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두가 이 책 앞에서 느끼게 되는, 그리고 느껴야 할 감정은 바로 나도 주님을 위해 마땅히 고난을 감수하고 있는가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리고 중간 중간 그냥 한 개인의 부주의로, 또 지혜롭지 못한 대응과 선택으로 일이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읽으면서 내리는 결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배 목사님을 통해 일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한국적 간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결론이나 배목사님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에 끼쳤던 영향력에 대해 좀 아쉬움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이다. 뭔가 그 2년 남짓의 시간동안 그의 매임을 통해 북한 선교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간증을 내심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느끼는 것은 아마 그런 일이 있어도, 또한 간수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실제로 예수를 영접했다 한들 과연 이 책에 그 내용을 다 사실대로 기록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들의 신변이나 또 다른 사역적 보안을 위해서도 그럴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책에서 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지 않았을까, 아니, 그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히려 이 책 밖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또한, 만에 하나 지금 실제로 극적인 어떠한 간증이나 역사가 있지 않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를 인도하신 것이 분명하므로 시간이 지나 더욱 더 놀라운 열매는 반드시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도 배목사님처럼 믿음으로 반응하며, 선교적 삶을 신실하게 살 수 있을까?’ 만약은 의미가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을 더욱 선교적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올 여름, 국내로 해외로 나도 복음을 들고 또 한 번 길을 나서게 된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흩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책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선 곳이 땅끝임을 잊지 않고 그렇게 복음을 위해, 그리스도의 생명이 전달 되는 일을 위해 우리의 선 곳에서 어떠한 상황과 형편에도 순종하며 신실하게 살아드릴 수 있기를 소원한다.

 

올 해 10월에 배 목사님이 방한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꼭 그 자리에서 더 생생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또한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전받고 하나님이 나라를 위해 달려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배 목사님과 그의 관한 이 이야기도, 북한 땅을 여전히 그렇게나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나에게도 동일하게 지상명령의 사명을 주셨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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