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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 성경적 남녀 관계와 여성 리더십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16년 3월
평점 :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을 읽고
박정원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가계각층에서 다양한 여성 지도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에 유독 여성에게만 문호가 활짝 열려 있지 않은 곳이 한국교계이다. 물론, 교단에 따라서는 여성 목회자의 목사안수, 여성장로 장립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교단에서도 그리고 여성에게 목사안수를 엄격히 금지하는 교단에서도 모두 사역을 경험한 나로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나는 세 자녀를 두었다. 첫째, 둘째가 딸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두 딸은 모두 리더십이 있다. 첫 째 딸은 전학한지 15일 만에 학급 회장이 될 만큼, 그리고 연속해서 계속 학급회장을 맡을 만큼 그렇고, 둘째도 자질이 다분하다. 나는 내심 알파걸을 꿈꾸는 딸 바보 아빠이다.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 처음 여성 목회자를 만났다. 다름 아닌 신대원 교수님들이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신 탓에 여성이지만 목사안수를 받은 목사님들이셨다. 채플시간에 설교를 하셨을 때도 교수님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에서 잠잠하라’ 했지 ‘학교는 괜찮은 거 아닐까?’라는 유머를 던지며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아내는 신촌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여권신장에 이바지 하며, 그 투철한 사명의식을 고취하는 여자대학교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다. 아내를 통해 여성신학과 여성의 역할이라는 측면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꽤 긍정적인 인식도 가지게 되었다.
목회 현장에서,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여성 리더십,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크게 부딪힐 은 없었다.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는 교단도, 그렇지 않은 교단도 이미 나름대로의 ‘질서’를 통해 민감한 사안은 피해가며 잘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대되는 여성에 대한 역할, 그리고 여성 목사들이 담임목회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겪는 은퇴냐 개척이냐에 대한 갈등, 제한된 여성 목사나 장로들의 입지, 그리고 여전히 안수를 받을 수 없어 결국 교단을 옮기는 사역자들 까지, 내부의 고민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딸을 둘이나 가진 아버지이고, 둘 중에 한 명은 꼭 신학가가 되기를 내심 바라는(행여나 아이들의 꿈을 제한할까봐 한 번도 딸들에게는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사람으로서 여성의 리더십과 역할은 언제나 관심사이다. 목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여성 리더십과 한국사회의 남녀평등과 교회내의 남녀평등 또한 큰 관심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때에 바울 신학의 거두 김세윤 박사님의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정말 속 시원한 답을 듣고 싶었다. 그것이 성경적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나는 따르고 싶었다. 책을 덮고 솔직한 심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다. 앞서 장황하게 언급한 이유로, 그리고 김세윤 박사님이 수차례 언급한 갈.3:28절의 새창조의 질서를 오래전부터 삶에 적용하기 위해 몸부림쳐 온 나에게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당부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책이다.
다만,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생각해 왔던 ‘여성 목회자’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논거는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속 시원하지 못했다. 물론, 새롭게 깨닫고 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바울이 말한 ‘여성은 잠잠하라는 이야기나,’ ‘질서’에 관한 부분이 한국교계에서 잘못 해석되거나, 문맥과 그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는 해석에는 동의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주적 진리와 오늘날의 상황이라는 성경 적용의 문제와 ‘상전에게 복종’하라는 바울의 또 다른 본문에서 ‘모두가 평등 하다’라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남녀평등의 이슈 외에도 성경적 가르침과 문화상의 적용의 각 세계 교회들의 차이를 다루지 않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주적 진리, 성경이 말하고 있는 핵심 진리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어쩌면 신학적 입장과 해석이 차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심도 있는 주제와 또한, 저자와는 다른 입장을 가진 신학가들의 입장을 넣어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을수록, 결론부분에 다다를수록, 물론, 저자의 논점은 점점 빛을 발한다. 더 깊고 폭넓은 이해를 가져다주는 참 유익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교단별로 첨예한 대립을 가지고 있을 만큼 쉽지 않은 주제이고, 다양한 신학적 입장이 있는 주제이며, 또한 한국의 오랜 가부장적 문화 등으로 쉽게 해소될 수 있는 주제는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고, 또한, 다시 한 번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남녀평등의 이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 확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저자가 제시한 본문들을 깊이 묵상해보고, 앞으로도 더욱 연구하여 올바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남녀는 주님 앞에 동등하고 평등하다. 역할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또한 우리가 잘못된 신학으로 선을 긋거나 역할을 그릇 제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더 건강하고 활발한 신학적, 문학적, 교회 기능적 연구 등을 통해 한국교회가 더욱더 하나님의 뜻을 세워가고, 귀한 하나님의 사역들을 아름답게 감당하며, 많은 여성 리더십들이 부르심에 합당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