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나비코치) 지음이 책을 10년만 일찍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젖을 물리지 않으면 금방 깨어버리던 아들을 안고 전전긍긍하며 육아기를 보내던 그때의 나, 그래도 스스로를 지워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내 손으로 잘 키워보고픈 다짐 속에서 초보 엄마는 늘 시간에 쫓기며 정신과 육체 모두 지쳐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현실과 타협하고 나의 꿈을 내려놓았음을 이 책을 읽으며 아프게 깨달았다.내가 했던 고민들은 나만의 특별한 고민이 아니었다. 자신만 책임지고 살던 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거치며 말도 통하지 않는 작은 핏덩이를 안고 처음으로 맞닥뜨린 여리고 귀한 생명의 돌봄, 허덕이며 감내하던 불면의 고통, 그리고 이어지던 서늘한 자책과 반성의 나날.아이가 아파도 내 탓, 밥을 잘 안 먹어도 내 탓인 것만 같던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기댈 곳 없던 막막함. 초보 엄마라면 거의 모두가 겪으며 통과해야 하는 가시 돋친 터널.김수영 작가처럼 나 또한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잠이 들면 겨우 다시 일어나 책상 불을 밝히고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정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동기를 잃어버리고는 둥둥 떠다니며 헐떡였다. 작가는 육아 이후의 엄마 자신의 삶을 꿈꾸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의 시작에 앞서 잃어버린 자존감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천히 당신만의 콘텐츠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도 들려준다. 꾸준히 기록하며 쌓아가는 콘텐츠는 자신만의 빛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우리는 항상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진실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데 오랜 시간을 소비하며 고민한다.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지만 여기에만 묶여 발을 떼지 못하는 것보다는 우선 나아가보라는 충고는 실질적인 깨달음을 주었다. 걷다 보면 그 길이 내 길이 되기도 하고 설사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 해도 또 다른 길과 연결된다는 것. 항상 모두 훤히 보이도록 청사진이 그려져야만 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픈 의욕이 생기곤 했다. 그 한 줌의 의욕을 만들기 전까지 헛되이 흘려보낸 세월은 얼마나 길었던가. 나 역시 아이가 첫 기관을 다니게 됐던 6살 무렵 갑자기 주어진 나만의 시간에 감격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도 읽고 하고 싶은 공부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구체적이지 못한 계획과 막연히 장기적으로 잡아둔 목표에 있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결과에 어느새 점점 지쳐 갔다. 일상의 게으름에 동화되어 그렇게도 한심하게 여기던 엄마들의 커피 모임에 발도 들였고 소중한 시간들을 의미 없는 수다로 연기처럼 날려 버렸다. 김수영 작가는 엄마의 커리어 플랜은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목적 없이 단지 배회만 하지 말라고 한다. 나의 실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목적 없는 배회와 절실함의 부재.책을 읽는 동안 다시 돌릴 수 없는 육아기가 뼈저리게 아쉬웠다. 그러나 후회만 하고 있으면 어쩌겠는가.우리 인생의 커리어 과정 설계가 보통 21년 주기의 편종형 곡선의 유효기간을 가진다니 너무 늦었다고 주저앉지 말고 이제라도 3번째 스무 살을 준비해 볼 일이다.마지막 5 장에서는 온택트 시대에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생존할 방법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꼼꼼히 읽으며 머릿속이 빠르게 도는 기분 좋은 설렘도 느꼈다.자연스럽게 설렘에 동반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나의 육아기는 일단락되었으나 점점 더 많은 나만의 시간이 확보될 것은 자명한 일. 지긋지긋한 후회는 넣어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의 답을 찾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겠다.자신의 일을 내려두고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 열심이지만 마음 한 켠이 구멍 난 듯 찬 바람이 쌩쌩인 육아기의 엄마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나다운 일을 꿈꾸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육아기가 정체되어 썩어버리는 시간이 아닌 더없이 귀중한 도약의 시간임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면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마음에도 열 배쯤 더 사랑이 샘솟을 것이라 믿는다. #육아기는지났지만#세번째스무살이곧#늦게피는꽃#늦더라도피는꽃#김수영작가#미다스북스
제목 좀 봐... 표지는 또 어떻고!사람 홀리는 쨍한 분홍 표지에서부터 뽀뽀를 나누는 개와 새의 모습에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다.한글도 읽을 줄 모르던 참새와 항상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똥개와의 만남, 이렇게 다른 둘이 만나 나누는 대화는 마냥 농담만 같지 않다. 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아...' 하는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오며 뒤 책장을 잡고도 한참을 넘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이것은 흡사 스님과의 선문답과도 같고 아들이 아기 때 즐겨보던 동화책 두 주인공의 다정하고도 순수한 대화와도 같다.아이들에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코끼리와 꿀꿀이가 있다면 우리 어른들에게는 무심한듯하지만 마음 약하고 사려 깊은 똥개와 그런 똥개를 사랑하고 아끼는 까칠한 참새가 있다. 이 둘의 연애가 마냥 달콤하기만 하면 명랑만화였을 텐데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고 뽀뽀하는 둘의 행각을 보고 있자니 자꾸 부끄러워지는 것은... 그저 뽀뽀가 부러워서야??사랑하면서 누구나 한 번은 마음속에 담았던 이야기들,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나누는 둘.덕분에 옛날 생각 많이 했다."원래 세상 모든 존재는 자기네 연애만 힘들고 특별하고 세젤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려줘야 할까?"라는 송작 말씀에 한참 웃었다.20대 내 생각이 나서 찔려서.이 책은 만화책이고 연애 교본이고 철학책이다.이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둘의 대화를 곱씹어 보라. 나중에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같이 여겨지더라도 유치하면서도 다정한 연애를 멈추지 말고 계속 하라.시간이 더 지나면 알게 되지.살면서 떠올릴 에피소드가 많은 사람이 진정 부자.함께 하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만 기억한다면 오해로 미워져도 싸워서 눈 마주치기조차 싫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이 책의 사랑스러운 커플, 개와 새처럼.그림도 색도 너무 고운데 만년필로 쓰셨다는 글씨에 눈이 한참 머물렀다.책 한 권이 작품이군!우리도 장엄한 뽀뽀를 쉬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