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 새
송미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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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좀 봐... 표지는 또 어떻고!
사람 홀리는 쨍한 분홍 표지에서부터 뽀뽀를 나누는 개와 새의 모습에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다.

한글도 읽을 줄 모르던 참새와 항상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똥개와의 만남, 이렇게 다른 둘이 만나 나누는 대화는 마냥 농담만 같지 않다. 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아...' 하는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오며 뒤 책장을 잡고도 한참을 넘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스님과의 선문답과도 같고 아들이 아기 때 즐겨보던 동화책 두 주인공의 다정하고도 순수한 대화와도 같다.
아이들에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코끼리와 꿀꿀이가 있다면 우리 어른들에게는 무심한듯하지만 마음 약하고 사려 깊은 똥개와 그런 똥개를 사랑하고 아끼는 까칠한 참새가 있다.
이 둘의 연애가 마냥 달콤하기만 하면 명랑만화였을 텐데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고 뽀뽀하는 둘의 행각을 보고 있자니 자꾸 부끄러워지는 것은... 그저 뽀뽀가 부러워서야??

사랑하면서 누구나 한 번은 마음속에 담았던 이야기들,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나누는 둘.

덕분에 옛날 생각 많이 했다.

"원래 세상 모든 존재는 자기네 연애만 힘들고 특별하고 세젤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려줘야 할까?"라는 송작 말씀에 한참 웃었다.

20대 내 생각이 나서 찔려서.

이 책은 만화책이고 연애 교본이고 철학책이다.

이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둘의 대화를 곱씹어 보라.

나중에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같이 여겨지더라도 유치하면서도 다정한 연애를 멈추지 말고 계속 하라.

시간이 더 지나면 알게 되지.

살면서 떠올릴 에피소드가 많은 사람이 진정 부자.

함께 하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만 기억한다면 오해로 미워져도 싸워서 눈 마주치기조차 싫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사랑스러운 커플, 개와 새처럼.



그림도 색도 너무 고운데 만년필로 쓰셨다는 글씨에 눈이 한참 머물렀다.

책 한 권이 작품이군!



우리도 장엄한 뽀뽀를 쉬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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